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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윤리위의 어이 없는 책임 떠 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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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윤리위의 어이 없는 책임 떠 넘기기

입력
2016.0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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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가 당 소속 박대동 의원의 비서관 월급 상납 의혹 건과 관련해 징계 여부 결론을 내리지 않고 4ㆍ13총선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판단에 맡길 모양이다. 보좌진 특혜채용ㆍ위장취업 의혹이 제기된 김상민(비례) 의원과 박사학위 논문표절 논란이 일고 있는 김종태 의원 징계안 심사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마찬가지로 공관위 판단에 맡겨질 공산이 크다고 한다. 공관위 심사를 통해 걸러내면 결국 징계 여부 결정과 마찬가지 효과가 아니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의 비서관 월급 상납 의혹은 국회의원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크게 빚었던 사건이다. 5급 비서관으로 채용됐던 박 모씨 월급에서 매달 120만원씩 13개월 동안 1,500만원을 받아 당사무실 운영비나 아파트 관리비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그 비서관은 지난해 12월 초 박 의원으로부터 월급 상납을 강요 받았다고 폭로했지만, 박 의원은 “월급을 내놓으라고 강요한 적이 없고, 그 비서관이 사실을 왜곡ㆍ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해왔다. 비서관이 스스로 월급 일부를 내놓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이 건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돼 있는 상태다.

여상규 윤리위원장은 “박 의원 주장으로는 경징계 내지 덮고 넘어가야 하는 사안이고, 비서관 이야기를 들어 보면 중징계 사안”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사후 정산을 했다는 해명이지만 개인용도로 돈이 흘러간 내역이 있거니와 월급 상납 강요에 관한 비서관의 구체적 진술도 있어 윤리위의 어정쩡한 자세를 이해하기 어렵다. 설사 직접적 강요가 아니더라도 무언의 압력조차 무시할 수 없는 약자 처지인 비서관 자리를 감안할 때 무책임한 판단 회피가 아닐 수 없다. 공관위의 공천 심사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걸러낼 수 있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본말을 뒤바꾸는 핑계에 불과하다. 당의 준사법기관인 윤리위가 먼저 판단을 내려 공관위에 심사의 근거를 제공하는 게 사리에 맞다. 윤리위가 판단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조직 존립을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빚어지고 있는 비서관 월급 상납 논란은 국회 입법 활동을 위해 전문성 있는 보좌진을 채용하지 않고 연줄 등으로 일자리를 마련해줬던 폐해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당 윤리위가 이런 폐습을 끊을 추상 같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회 입법 활동의 후진성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취업 청탁 등 의원들이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다반사인 상황에서 정치 불신을 부채질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당이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 확고한 자정 능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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