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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 원룸에 남자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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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 원룸에 남자가 살고 있다

입력
2017.02.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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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장 등 시설 공유 불안감

집주인에 불편 호소하면

“방 부족해”“조카라…” 핑계

출입통제도 허술해 범죄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대생 이모(23)씨는 지난해 말 자신이 사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여성전용 원룸 계단에서 한 남성과 마주쳤다. 처음엔 방문자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이 남성은 그 뒤에도 이곳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이씨가 “여성전용인데 남성이 자주 드나들어 불안하다”고 집주인에게 항의하자 “지방에서 올라온 조카에게 방을 내줬다”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집주인은 “가족이니 걱정 말라”고 덧붙였다.

이씨가 아무래도 불안해 이런 사실을 주변에 알리자 비슷한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 집주인이 빈 방을 채우기 위해 남성 세입자를 몰래 받고는, 들키면 아들이나 조카 등 가족이라고 둘러댄다는 것이다.

직장인 박모(33)씨는 가끔 제 집이 불편하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원룸 건물의 여성전용 층(3층)에 사는데, 여성공용 공간에 남성들이 출몰하는 탓이다. 층마다 1대씩 있는 샤워시설과 공용세탁기를 쓸 때마다 남성과 마주칠까 봐 신경이 곤두선다. 그는 “남성전용 층(4층)이 꽉 차 방이 빌 때까지 (집주인이) 3층에 남성을 살게 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해당 남성도 불편을 겪긴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금남(禁男)의 영역임을 강조하며 ‘여성전용’ 간판을 내건 주거지에 남성 세입자가 살거나 남성 출입통제가 허술해, 크고 작은 불편을 호소하고 피해를 우려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여성전용 원룸 등은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점을 내세워 관리비를 2만~3만원 정도 더 받지만 집주인이 세입자 동의나 사전고지 없이 남성 세입자를 들이는 실정이다. 정작 계약서엔 ‘여성전용’이라고 적시하지 않아 남성 거주자가 있어도 계약 만료일까지 방을 빼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여성전용 원룸에 사는 최모(24)씨는 “같은 건물에 사는 남학생이 종종 여러 명의 친구들을 데려와 여성 세입자들이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남녀 공용시설에 살았다면 불편을 감수하겠지만, 일부러 여성만의 공간에 세를 얻었는데 해도 너무 한다”고 불평했다.

관리 소홀도 도마에 오른다. 2015년엔 수년간 서울 강남 일대 여성전용 고시원을 찾아 다니며 여성 옆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등 추행을 일삼은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심야에 잠금 장치가 풀어진 여성전용 원룸에 침입한 성폭행범이 붙잡히기도 했다.

공인중개사 이선규(56)씨는 “집주인이 여성전용 거주지임을 강조했다면 가능한 계약서에 남성 거주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넣고, 건물 내 보안시설이 충분한지 꼼꼼히 확인한 후 계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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