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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작은 교회들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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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작은 교회들이 희망입니다”

입력
2016.09.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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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인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는 "각 교회가 성장에 매몰되지 않고 나름의 고유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본질을 지키려 노력해 온 초대 교회의 모습을 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인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는 "각 교회가 성장에 매몰되지 않고 나름의 고유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본질을 지키려 노력해 온 초대 교회의 모습을 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100억, 200억짜리 교회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교회경영ㆍ목회경영이라는 말이 당연시 되는 실상이 과연 성서적인지 늘 돌이켜봐야죠.”

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인 이정배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지금도 한국교회는 성장 규모에만 자부심을 느끼는 분위기가 농후해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독교 신학자, 목회자, 활동가 모임인 ‘생명평화마당’이 4년 째 매년 가을 ‘작은 교회 박람회’를 열고 있는 것도 이런 안타까움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 대형교회와 목회자의 모습으로만 개신교계 전체가 평가 받는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3년 전쯤 곳곳에서 터져 나왔던 것. “교회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존재하는 모습, 목사의 크기를 교회의 크기와 동일시 하는 정서, 세습을 명백히 금지 하는데도 여전히 편법적으로 마치 기업 물려주듯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모습 등을 보며 많은 교인들이 ‘도대체 교회 안에 구원이 있는가’를 생각하잖아요. 이런 분들에게 분명히 낮은 곳에서 묵묵히 희망을 키우는 작은 교회들을 수면으로 끌어올려 소개해야겠다고 결심했죠.”

한국 교회 선교의 제1원칙처럼 여겨지는 ‘성장제일주의’를 벗어나 새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박람회는 지난 3년 동안 150여 군데 작은 교회들의 분투와 희망을 발굴했다. 담임목사 없이 평신도들이 모여서 기도하고 필요에 따라 목사를 초빙해 듣는 ‘겨자씨교회’,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협동조합을꾸려 사회적 기업을 이끄는 ‘일벗교회’, 사회적 영성을 중시하는 ‘새맘교회’ 등이 소개됐다. 또 홀로된 싱글 여자만을 위한 교회, 대학로 연극판에서 노동자들을 위해 밥을 해주면서 부모 노릇 하는 목회자 등 다양한 사연도 나왔다. 이 전 교수는 “초기 교회는 본래 백화점식 교회가 아니라 각기 다른 고유의 카리스마를 지닌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박람회를 찾은 사람은 하루 평균 1,200여명 규모다. 행사장을 찾아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하는 위안을 찾은 목회자, 신학생, 교인 등이 대부분이다. 10월 3일 서울 서대문구 감신대 캠퍼스에서 열리는 올해 박람회에도 80여개 교회, 20여개 단체가 참가하며 총 100여 개 부스가 설치된다.

박람회가 내세우는 기치는 탈성장, 탈성직, 탈성별이다. “갑작스레 산업사회에서 도시교회 교인 규모가 늘어나면서 교회가 대형화했지만, 물질만 자라고 정신은 따라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죠. 그런 바탕에서 교회가 기업화되고, 크게 키워놓고 보니 남 주기 아까워져 세습하고. 평신도와 멀어진 목사 권력은 비대해지고. 종교 개혁 당시 루터가 강조했던 만인제사장의 정신이 남아 있질 않게 된 거에요.”

이 전 교수는 무엇보다 “신학생들이 박람회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형교회 목회직에만 답이 있는 것이 아니며, 그 같은 모델이 유일한 혹은 바람직한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환기시키겠다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할 줄 모르고, 신앙보다 권력에만 영합하는 일부 대형교회들의 문제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절대 그 스스로는 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잖아요. 희망을 가득 실은 작은 교회들이 조각배가 돼서 이 사회의 어려운 곳에 달려가다 보면 언젠가 변화는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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