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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결혼 잔소리 끝내자" 자녀 비혼 허락하겠단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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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결혼 잔소리 끝내자" 자녀 비혼 허락하겠단 2030

입력
2018.02.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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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을 상징하는 손. 왕태석 기자
비혼을 상징하는 손. 왕태석 기자

취업준비생 박예람(25)씨는 명절 때마다 외할아버지로부터 듣는 “결혼부터 하라”는 잔소리가 불만이다. 당장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본인 의사는 무시한 채, 결혼을 ‘강요’당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란다. 박씨는 16일 “어른들은 결혼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적이란 생각이 든다”라며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자녀가 비혼을 선택했을 땐 꼭 존중할 해주려 한다”고 했다.

비혼주의가 확산되는 추세 속에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젊은 세대 중에서도 “미래 자녀의 비혼을 인정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갈수록 결혼할 여건을 갖추기도 어려워지고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지만, 명절만 되면 “때가 되면 결혼부터 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훈계로부터 시작되는 갈등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겠단 의지다. 회사원 김지운(30)씨 “결혼은 가족들이 잔소리하며 부추긴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꼬집으면서 “자녀가 주변 사람들 강요에 못 이겨 억지로 결혼을 선택하게 만들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결혼은 필수’란 기성세대의 생각과 달리, 자녀가 결혼에 대해 어떠한 선택을 해도 당연히 존중하겠단 얘기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결혼 가치관 변화에는 어른들의 결혼 잔소리에 대한 2030세대들의 분노도 한 몫을 한다. 친척들 없는 곳에서 설을 보내겠다는 자영업자 김보영(30)씨는 “명절 때 결혼 생각이 없다는 말을 했더니 미쳤냐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어른 노릇을 하겠다며 잔소리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오죽하면 명절 직전 ‘면피용’ 소개팅이나 맞선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연락하고 지내는 이성이 있다”거나 “(결혼을 위해)노력 중”이란 얘기로 결혼 잔소리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위장술이란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비혼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인식이 긍정적임을 알 수 있다. 설문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달 19~4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7.2%가 ‘사랑을 한다고 해서 결혼이라는 것을 꼭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자녀가 미혼으로 살아갈 것을 권할 의향이 있다는 사람도 재작년(30.6%)에 비해 10%p 늘어난 41.2%에 달했다. 반면 결혼이 필요한 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4.1%로 비혼을 권한다는 이들과 비슷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인 집단주의가 퇴색된 대신 개인주의가 보편화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선호를 과감히 이야기하고 타인의 선호도 존중하겠다는 2030세대의 특성 반영된 것”이라며 “’다 너를 위해서다’와 같은 기성세대 잔소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자녀의 인생설계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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