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에게도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누진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국책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저소득층에 대한 조세누진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적다는 게 근거다. 더 벌수록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원리인 누진성을 저소득층 구간에서도 적용해야 세수 증대와 소득재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논리다.
27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임금소득 과세(Taxing wages) 2017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조세 격차(tax wedge)는 22.2%(독신가구ㆍ평균임금 기준)로, OECD 35개국 중 30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 조세격차는 36.0%로 나타났다. 독일(49.4%) 프랑스(48.1%) 이탈리아(47.8%) 등 상위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의 조세 격차는 턱 없이 낮다.
조세격차는 임금 근로자의 임금 중 세금과 사회보험료에 들어가는 비용의 비율로, 실효세율(effective tax rate)과 비슷한 개념이다. 조세격차의 값이 클수록 임금 근로자의 세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또 한국은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 임금소득 수준에 따른 세부담의 누진성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 구간에서는 누진성이 OECD 평균과 큰 차이를 보였다.
OECD 평균을 보면 두 자녀를 둔 특정가구의 소득이 전체 평균 소득의 50%에서 100%까지 2배 증가했을 때 조세격차는 약 5%에서 26%로 5배 이상 늘었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세금 부담도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은 소득이 평균 소득의 50%에서 100%로 증가했을 때 조세격차는 약 17%에서 20%로 1.2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한국의 전반적인 세부담 누진성이 상대적으로 약했고 특히 저소득 구간에서 OECD 평균과 큰 차이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조세연은 이어 정부가 고소득층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세부담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소득 수준에 따른 세부담의 누진성 강화를 고소득 구간에만 한정해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녀를 포함한 부양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세제개편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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