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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대화론

입력
2017.05.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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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법 이견 좁혀 가는 한미

대화ㆍ제재 각론 갈등 소지 여전

대통령이 북핵 국제주의자 돼야

청와대를 방문한 미국 당국자와의 회담에서 한미가 북핵 문제에 대한 네 가지 원칙에 합의했다.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목적이고,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되 대화는 ‘올바른 여건’에서 가능하다는 등의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의 북핵에 대한 신중한 인식이 묻어난다.

북한이 얼마 전 지대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을 때도 문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 “한반도는 물론 국제평화 안전에 심각한 도전행위” 등의 표현으로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북한과의 대화를 우선 강조하며 제2의 햇볕정책으로 급격히 국면을 전환하려는 듯한 인상과는 거리가 느껴진다. 대통령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대선 후보와는 다른 책임 있는 안보관을 보여 준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안과 의심이 남는 게 사실이다.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 방침에 변함이 없고, 조건을 달긴 했지만 ‘평양행’에도 적극적이다. ‘6자회담을 통한 다자협력체제 구축’이라는 대북 공약집에서 보듯 노무현 정부의 북핵 해법과 다를 게 없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대화ㆍ제재 병행론’ ‘조건부 대화’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이유다.

한미 간에는 북핵 해법을 놓고 대화가 먼저냐 제재가 먼저냐의 진실게임을 벌이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화는 평화적이지만, 제재는 파괴적이라는 우리 정부의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엇이 먼저든 결국 대화로 귀결돼야 한다는 당위론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제재를 물과 기름처럼 보는 이분법적 사고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개를 드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대화를 보는 시각 차다.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화와 북한 김정은이 생각하는 대화가 전혀 같지 않다는 것은 수십 년 북핵 협상의 역사가 말해 준다.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우리와 달리 핵문제가 남북대화의 의제가 아니라는 북한의 생각은 확고하다. 더욱이 북한은 핵능력 고도화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은 지 오래다. 다섯 차례의 핵실험으로 한반도 주변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북한의 핵ㆍ미사일 조준경 안에 들어가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헌법에 핵 보유국임을 명시,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의례적 외교수사마저 버린 지 오래다. 탄도미사일 발사 뒤 노동신문이 “(핵ㆍ미사일 문제는) 우리와 미국 사이에 논할 문제로 괴뢰들(남한)이 끼어들 바가 아니다” “(남한은) 미국의 하수인으로서 아무런 권한도, 자격도 없다”고 한 게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이 정도면 북한이 대화만으로는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화를 내세우는 게 ‘순진함’ 때문인지 아니면 ‘전략적’ 판단인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북핵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는 “남조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남북합의를 존중하고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합의란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공동선언일 것이다.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 없이 남북 화해와 교류, 평화체제 추진 등을 규정한 이 선언을 다시 강조하는 의도는 뻔하다. 남한이 미국의 제재 놀음에 놀아나지 말고 남북관계 개선에만 주력하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남북대화는 더 이상 우리의 ‘치외법권적 권리’가 되지 못한다. 북핵으로 미국의 안보까지 직접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남한이 북핵 문제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남북대화를 주도권 차원으로 보는 자체가 잘못이다.

선택은 두 가지다. 북핵 위협을 이 정도에서 봉합하고 넘어가느냐, 핵 폐기를 끌어낼 때까지 북한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느냐다. 앞의 것은 현재의 위기를 뒤로 미뤄 보자는 것이고, 뒤의 것은 당장은 힘들어도 미래의 비극을 근절하자는 것이다. 북핵에 관한 한 문 대통령이 국제주의자가 돼야 하는 이유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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