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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박스오피스로 번진 ‘약협’ 신드롬… 정부마저 “약값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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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박스오피스로 번진 ‘약협’ 신드롬… 정부마저 “약값 인하”

입력
2018.07.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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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 포스터
중국 영화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 포스터

“병에 걸린 이후 난 약값 때문에 집을 팔았고 우리 가족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느 집안에 환자가 없습니까? 당신은 평생 병에 걸리지 않을 거라 자신합니까?” 중국 본토에서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에 등장한 한 노인 골수암 환자가, 불법 수입한 자신의 암치료제를 압수해 가는 중국 공안 요원에게 항의한다. 이 대사는 암 환자의 절절한 심정을 묘사할 뿐 아니라, 중국의 열악한 의료 현실 속에서 실제 비싼 약값에 고통을 받는 중증 환자들을 대변하는 발언이기도 했다.

영화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는 중국의 인기 코미디 배우 쉬정(徐峥)이 연기한 사업가 청융(程勇)이 비싼 약값을 댈 수 없는 환자의 부탁을 받고 처음에는 수익을 목적으로, 나중에는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값싼 인도산 복제약을 밀수하는 이야기다. 중국 관객들은 엄격한 영화 검열제도 때문에 중국에서 보기 드문 현실 비판 영화가 나왔다며 열렬하게 반응하고 있다. 박스오피스에서 2주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판매수입은 26억위안(약 4,300억원)에 이른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이다. 청융의 실제 모델인 루융(陸勇)씨는 실제 백혈병 환자다. 중국의 비싼 약값에 시달리다 효능이 비슷한 인도산 복제약이 훨씬 싸다는 것을 알고 인도로 가서 약을 직접 구매해 복용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을 위해 무료로 구매 대행에 나서면서 ‘약협(藥俠)’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검찰은 무허가 약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루씨를 기소했지만, 수많은 환자가 탄원서를 제출해 2015년 석방됐다. 루씨는 지난주 베이징 지역신문 신징바오(新京報)와의 인터뷰에서 “별칭에 부담을 느낀다. 난 그저 한 명의 백혈병 환자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영화 덕분에 약값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반응했다. 리 총리는 18일 “중증 질환자가 돈이 없어 약을 못 산다는 호소는 약값 인하와 공급 확대가 시급함을 보여준다”라면서 관계부처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 5월1일부로 수입 항암제에 대한 관세 철폐 조치를 내린 데 이어, 수입 약품을 의료보험 혜택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의 약값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2013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의료보험에서 약값의 비중은 40%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내에서 자국산 약에 대한 불신이 강해 수입약 처방이 흔하며, 약품에 붙는 프리미엄은 국제가격의 11배나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제약업계에서는 약값 인하만을 내세우다 신약 개발의 동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광저우 주간지 난팡저우모(南方周末)는 “신약은 고가를 유지하되 특허가 만료된 약품의 복제약이 저렴하고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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