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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만 상복부 초음파검사 보험 적용' 놓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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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만 상복부 초음파검사 보험 적용' 놓고 논란

입력
2018.03.2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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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의사에게만 상복부 초음파 보험 전면 적용키로

방사선사협회, “복지부, 법률적 위반 즉각 시정” 요구

초음파의학회, “방사선사에게 초음파검사 허용하면 치명적”

보건복지부가 상복부 초음파검사를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보험 급여를 인정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방사선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대한초음파의학회가 재반발하면서 논란이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20일 “방사선사들의 상복부 초음파검사 보험 급여를 법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분명히 했다.

복지부는 지난 13일 4대 중증질환에 국한했던 상복부 초음파검사 보험 적용을 4월 1일부터 전면 확대하면서 검사ㆍ판독의 전문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점을 감안해 의사가 직접 실시할 때에만 보험 적용하고 수가를 산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초음파검사는 환자의 신체 부위를 직접 검사하면서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질병을 실시간 진단하는 검사다. 초음파검사 시 의사가 검사 부위를 여러 방향과 각도를 보면서 이상 소견을 확인한다. 영상기록만 남기면 검사 부위 중 극히 일부분만 관찰 가능하다. 이에 따라 초음파검사는 영상을 남기는 것보다 실시간 진단이 중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방사선사협회(회장 우완희)는 15일 초음파검사 시 의사뿐만 아니라 방사선사도 보험급여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으면서 반발했다.

우완희 방사선사협회장은 “방사선사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박탈하는 정책”이라며 “‘상복부 초음파검사는 의사가 직접 시행한 경우 요양급여함’이라는 정부의 행정 예고는 복지부가 부여한 방사선사의 업무범위를 부정하는 법률적 위반행위”라며 즉각 시정을 요구했다.

방사선사협회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있는 '방사선사가 초음파진단기기를 취급할 수 있다'는 문구를 근거로 초음파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사선사협회는 17일에는 ‘방사선사의 초음파 진단검사에 대한 보험 요양급여 적용 관철’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방사선사협회는 이날 발대식에서 ▦현행법엔 의사와 방사선사만이 초음파 진단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명시 ▦협회 차원에서 2003년부터 임상초음파사(복부) 등 전문방사선사 제도를 도입해 별도 교육을 통해 의료의 질 향상에 노력 ▦일본, 대만 인근 국가들도 방사선사가 초음파 진단검사 업무를 수행하고 요양급여 산정 등의 논리를 내세워 상복부 초음파검사를 방사선사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초음파의학회(이사장 이원재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20일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를 할 때 보험급여를 인정해달라는 주장은 불법 의료행위를 양성화하라는 요구”라고 강력 비판했다.

초음파의학회는 “초음파검사는 방사선사가 획득한 영상을 사후 판독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달리 의학 지식이 충분한 숙련된 의사, 특히 초음파검사에 익숙한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초음파검사는 간ㆍ담도ㆍ담낭ㆍ췌장ㆍ비장 등 다양한 장기를 동시에 검사하는 행위로 그 해부학적 구조물의 이해 정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의학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검사는 오진으로 이어져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복부에 위치한 장기에선 간암과 담도암, 담낭암, 췌장암 등 5년 생존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증도 높은 암종이 대부분 발생한다.

초음파의학회는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도 “생명을 좌우하는 의학 검사를 저렴한 비용을 내세워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의학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초음파의학회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있는 '방사선사가 초음파진단기기를 취급할 수 있다'는 문구를 근거로 초음파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방사선사협회가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취급의 표현은 초음파기기를 정비하고 운용ㆍ관리하는 업무로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을 지칭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초음파의학회는 “그럼에도 방사선사들의 초음파검사가 적법하다는 주장은 의학 지식에 바탕을 둔 진단 중요성을 무시한 자의적 해석"이라며 "불법 의료행위를 양성화해 달라는 요구"라고 지적했다.

초음파의학회는 의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진단이 불가능하면 오진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국가암검진기관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한 간초음파검사 품질평가에 관한 연구 결과 방사선사 등 의사가 아닌 인력이 검사한 경우 부적합률이 3배 이상 높았다.

초음파의학회는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검사를 해야 국민의 지불하는 비용이 낭비되지 않는다”며 "방사선사에게 초음파검사가 허용되면 의사 1명을 고용하고 방사선사 10명에게 검사관리를 시키는 편법으로 공장식 검사가 남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종료 후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의료법상 의료인 간 업무범위나 의료기사의 업무범위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때문에 판례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는데, 방사선사의 경우 실제로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보다는 기기관리업무를 위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정 과장은 “의료법에서 (초음파 검사와 관련한 방사선사 위임에 대해) 확실히 정한 것이 없기에 지금 상복부 초음파검사를 급여화하려면 의사가 해야 한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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