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에 사는 다섯 아이가
평화의 답 찾아 나서는 과정을
판타지로 펼쳐내 기립박수 받아
92개국 선수단 한글 자모순 입장
원윤종-황충금 남남북녀 기수
한반도기 앞세우고 피날레 장식
베일 속 성화 최종 주자는 김연아
올림픽 성화가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다시 타올랐다.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지구촌 ‘눈과 얼음의 축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9일 오후 8시 강원 평창군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과 함께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개회식이 시작된 오후 8시 체감온도는 영하 8.7도, 실제 온도는 2.7도로 최강 한파를 비껴간 덕에 3만5,000명의 관중이 운집한 성대한 잔치가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개회식에선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라는 주제 아래 한국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특성을 접목시켜 출연진 3,000여명이 꾸미는 한 편의 겨울동화 같은 공연이 펼쳐졌다. 개막 카운트다운 이후 9분 동안 진행된 ‘평화의 땅’은 강원도에 사는 다섯 아이가 과거와 미래를 탐험하며 평화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동화 같은 판타지로 펼쳐냈다. 송승환 총감독은 한국의 고대 신화에서 출발해 과거와 미래를 탐험하며 한국인이 보여준 연결과 소통의 힘을 통해 세계인과 함께 행동으로 평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아내고자 했다.
공연이 끝나고 주최국의 수장인 문재인 대통령이 호명되자 귀빈석에 있던 문 대통령은 두 손을 흔들며 자리에 일어서 인사한 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주변에 자리한 각국 정상들과 악수를 나눴다. 특히 문 대통령이 귀빈석 윗줄에 앉아 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손을 내밀자 김 부부장은 자리에서 일어서 웃으며 화답했다.
태극기 게양에 이어 1988년 서울을 감동으로 수 놓았던 ‘손에 손 잡고’의 배경 음악이 깔리며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를 선두로 92개국 선수단이 한글 자모 순으로 들어왔다. 조직적인 도핑 조작을 했다는 이유로 올림픽 출전 금지 징계를 받은 러시아 선수들은 자국 국기 대신 오륜기를 들고 ‘OAR‘(Olympic Athlete from Russia)이라 쓰인 푯말과 함께 등장했다. 가장 마지막에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 공동 입장이 펼쳐졌다.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 간판스타 원윤종과 북한 아이스하키 황충금이 기수로 나서 전 세계에 감동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연설에 이어 문 대통령의 개회 선언으로 공식 개막을 알렸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이자 초미의 관심사였던 성화 최종 주자는 예상대로 김연아였다. 전이경-박인비-안정환에게 차례로 성화를 전달 받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박종아(남)-정수현(북)이 희망의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가는 동안 마지막 점화자에 대한 궁금증은 고조됐다.
잠시 후 정적을 뚫고 등장한 주인공은 흰색 드레스를 입은 김연아였다. 대형 성화대 아래에는 빙판이 마련돼 있었고, 김연아는 스케이트화를 신고 있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피겨 여왕'의 부활이었다. 우아한 연기로 위용을 뽐낸 김연아는 단일팀 선수들의 성화를 전달받아 ‘달항아리’ 모양의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한국 동계스포츠의 전설인 김연아는 일찌감치 평창동계올림픽의 가장 유력한 성화 점화자로 예상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의외의 인물 대신 안방 개최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면서 김연아 다음으로 많은 예상이 나왔던 남북 공동 점화를 김연아 바로 앞에 배치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는 평창올림픽에는 총 92개국에서 2,92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참가 국가와 선수 규모 모두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였던 2014년 러시아 소치 대회(88개국 2,858명)를 넘어섰다.
이날 개회식 식전 행사에서는 북한이 자랑하는 태권도 시범단이 한국이 종주국인 국제태권도연맹(WTF) 시범단과 식전 합동공연을 개최했다.
평창=성환희 윤태석 김지섭 박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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