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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4층 내려간 구조대원들 눈앞엔 처참한 광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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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4층 내려간 구조대원들 눈앞엔 처참한 광경들

입력
2014.10.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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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 "사람들 덮개 위로 올라설 때마다 흔들렸다"

절단기·소방도끼로 진입로 확보, 부상자 11명 중 4명 여전히 위중

환풍구 추락사고가 발생한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주관사 이데일리의 곽재선 회장이 19일 경기 성남 분당구청에서 유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성남=뉴시스
환풍구 추락사고가 발생한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주관사 이데일리의 곽재선 회장이 19일 경기 성남 분당구청에서 유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성남=뉴시스

아수라장이었다. 사고 직후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지하 4층 환풍구 내부는 자욱한 시멘트 가루와 흙먼지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어디선가 “으으”하는 신음소리와 “살려주세요”라는 작은 목소리만 들여왔다. 더듬거리며 내부로 진입한 구조대원들 앞에 펼쳐진 모습은 처참했다. 가로 4m, 세로 3m 정도 되는 공간에 20여m 위에서 추락한 사람들과 금속 환풍구 덮개가 엉켜 있었다. 손에 닿는 사람부터 들것으로 실어냈다. 신체 일부가 절단되거나 꺾여 생사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17일 오후 6시 5분, 판교테크노밸리 야외 광장에서 열린 공연을 보려고 환풍구 덮개 위에 올라갔던 사람들이 지하로 추락했다는 신고를 받고 분당소방서 구조팀이 현장에 도착했다. 지상에서 조명을 비췄지만 뿌연 먼지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로프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 구조대원이 다급하게 외쳤다. “지하 4층 환풍구, 문을 파괴하면 진입 가능.” 구조대원 다섯 명은 대답할 겨를도 없이 지하 4층으로 뛰었다.

판교 안전센터 소방대원들과 힘을 합쳐 문처럼 생긴 철제 구조물을 뜯어내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기를 밖으로 불어내는 구조물(폭 0.6m, 높이 2m) 세 개가 버티고 있었던 것. 대원들은 절단기와 소방도끼로 구조물 두 개를 뜯어내고 폭 1.2m 정도의 진입로를 개척했다. 구조작업 1시간 30분 만에 지하로 추락한 27명 전원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장에는 휴대폰 몇 대와 벗겨진 옷가지, 신발과 핏자국이 남아 있어 급박했던 구조 상황을 짐작하게 해줬다. 사상자들을 구조한 김태홍(45) 분당소방서 구조팀장은 “생존자를 먼저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에 참혹함을 뒤로 한 채 구조에 나섰다”며 “당시 모습을 떠올리면 앞으로 일하기 어렵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사고가 일어난 건 오후 5시 50분쯤. 무대에서는 걸그룹 포미닛의 히트곡이자 이번 공연의 네 번째 노래 ‘핫 이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에 가려 무대가 보이지 않았던 40여명은 무대로부터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15m 정도 떨어진 환풍구로 올라섰다. 지면보다 1.2m 가량 높아 무대가 잘 보였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었던 이모(31ㆍ여)씨는 사람들이 환풍구 덮개 위로 올라설 때마다 흔들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딱’하는 소리와 함께 덮개가 무너졌다. 정신을 차리자 환풍구 위에서 공연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환풍구 맨 윗면의 넓이는 가로 5m, 세로 3m였지만 1m 아래부터 뚫려 있는 실제 환풍구는 이보다 좁아 턱이 있었고, 이씨는 다행히 여기 걸려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눈을 돌리니 함께 공연장을 찾은 친구 한모(32ㆍ여)씨가 쪼개진 덮개 위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이씨는 손을 내밀어 한씨를 턱 쪽으로 끌어냈다.

사고 당시 공연장에는 시민 700여명이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몰려 들었다. 무대를 더 잘 보기 위해 사람들은 환풍구 덮개 위에 올라섰고, 덮개를 받치던 철제 구조물이 부러지면서 27명이 18.7m 아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한씨 등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상자 가운데 9명은 중상을 입었고, 이중 4명이 여전히 위중한 상태라고 대책본부측은 19일 밝혔다.

성남=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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