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여성 상처' 두번이나 언급
정상회담 관련 한국에 메시지
우선 무라야마(村山) 담화나 고이즈미(小泉) 담화와 비교하면 너무 길다. 의견을 달리하는 여러 사람들한테 모두에게 호응을 받으려는, 누구한테도 비판을 받지 않으려는 ‘무지개형 담화’다.
내용은 일본국민들도 여러 다양한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최대 공약수를 포함시키려 한 듯 하다. 그래서 당초 ‘일본이 그 동안 반성을 바탕으로 전후 세계 평화에 이바지했기 때문에 더 이상 과거 사죄는 안해도 된다’는 정도의 내용을 예상했는데 비교적 균형 잡힌 내용이 됐다고 본다.
예컨대 한편에선 “일본의 자손들에게까지 사죄의 숙명을 씌워서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키워드로 관심을 모은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 사죄같은 단어들이 담화에 담았다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정도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누구에 대한 침략이고 식민지지배인지, 또 무엇에 관해 누구한테 사죄하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는 무라야마 담화가 일본이 아시아 여러 나라에게 했던 식민지배, 침략에 대해 사죄하는 마음을 분명히 표명한 것에서는 크게 후퇴한 것이다.
무라야마 담화에 관해선 아베 총리가 과거부터 이중적이고 애매한 자세를 취해왔다. 계승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계승하고 있다고 말하는 한편 이를 못마땅해 하는 우익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배려하는 모호한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한일관계에 한정해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러일전쟁에 관해서 아베 총리 담화에서는 그게 식민지 해방에 이바지 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러일전쟁으로 인해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나 편향적이다. 반면 ‘전시 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두 번이나 언급했다는 점은 놀라웠다. 위안부 문제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부가 2차대전 당시 여성 인권문제로 앞으로 뭔가 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본다.
한일정상회담에서 지금까지 일본정부 입장이 위안부 문제에 관해선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자세였는데 오늘 담화로서 이 문제에 대해 일본 쪽에서 한국에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한국연구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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