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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수상작] ‘주자평전’ 번역자 김태완 “시대에 맞선 주희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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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수상작] ‘주자평전’ 번역자 김태완 “시대에 맞선 주희 재조명”

입력
2015.1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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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와 남송 시대를 함께 조명한 수징난의 ‘주자평전’을 번역한 김태완(오른쪽)씨와 편집을 담당한 조수정 책임편집자. 한국어판 ‘주자평전’은 2권을 합쳐 2,400쪽에 이르는 대작이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lbo.com
주희와 남송 시대를 함께 조명한 수징난의 ‘주자평전’을 번역한 김태완(오른쪽)씨와 편집을 담당한 조수정 책임편집자. 한국어판 ‘주자평전’은 2권을 합쳐 2,400쪽에 이르는 대작이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lbo.com

“한국에서는 주자학(성리학)이 권력을 옹호하는 고리타분한 관학(官學)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주희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사회 부조리에 맞선 체계적 학문이었습니다. 이 책이 주자학을 재인식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해요.”

수징난(束景南) 중국 저장(浙江)대 명예교수의 ‘주자평전’을 번역한 김태완 지혜학교 철학교육연구소장의 작업을 심사위원들은 필생의 역작이라고 일컬었다. 남송(南宋) 시대의 정치인이자 12세기 이후 동아시아의 지배 이념이 된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朱熹)의 전기는 상권 1,168쪽, 하권 1,232쪽의 분량만도 방대하다. 그러나 어렵다고 지레 겁먹을 수 있는 내용을 당대 상황을 함께 관찰함으로써 오히려 대중이 읽기 쉬워졌고 평전과 시대사를 아우르는 책으로 완성됐다.

번역과정은 지난했다. 1992년 중국에서 출간된 원저를 한 출판사가 계약해 2000년 출간할 예정이었다. 김 소장이 번역 총괄기획을 맡고 교수 등 4,5명이 함께 번역하려 했으나 번역에 전념할 학자를 구하기조차 어려웠다. “학문하는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를 절감했고, 수징난 선생처럼 10년 동안 한 우물만 팔 수 있는 중국 학계의 넓은 저변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출판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김 소장은 포기하지 않고 저자에게 다시 번역을 맡겨달라 부탁했고 2010년 역사비평사가 재계약을 했다. 김 소장이 도맡은 이번 번역은 5년 만에 마무리됐다.

김 소장은 숭실대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율곡 이이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론과 실천을 오가며 사회현실을 고민한 조선 성리학자들의 치열한 논쟁에 매료된 그는 ‘율곡문답’ ‘경연, 왕의 공부’ 등 성리학 저서를 써냈고 이이의 ‘성학집요’ 등 원전의 번역에도 힘썼다.

김 소장은 특히 “편집자가 저보다 꼼꼼하게 책을 읽고 독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번역을 바로잡아줬다”며 조수정 편집자에게 공을 돌렸다. 남송시대 연보와 주희의 저서, 주변 인물에 대한 소개를 213쪽 분량의 추가 부록에 담은 것도 원저에는 없었던 것을 조 편집자가 제안해 첨부한 것이다. 조 편집자는 “편집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소규모 출판사에 부담스런 책이었지만 김 소장의 글 솜씨에 신뢰가 있었다”며 다시 공을 돌렸다. 협조적이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편집자와 번역자의 관계가 가장 좋은 형태로 결실을 맺은 사례다.

‘주자평전’은 주희의 학문 자체보다 그가 학문을 쌓아나간 과정과 시대적 배경의 서술에 집중한다. 책 속의 주희는 고뇌하고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그는 지방관으로 일하며 개혁안을 실천했고, 좌절 끝에 학문으로 방향을 튼 후에도 여조겸ㆍ육구연 등 당대의 석학들과 치열하게 논쟁하며 자신의 학문을 다듬어나갔다. 김 소장은 “주희가 죽기 사흘 전까지 유학의 핵심 경전인 ‘대학’의 주석을 고쳤다는 기록에는 감동마저 느꼈다”며 “그 삶의 궤적이 현대 정치인과 지식인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 말했다.

“동양학 연구자들이 한문에 익숙하지만, 연구를 위해 원문을 번역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듭니다. 공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쉽게 참고할 수 있는 원전 자료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김 소장은 “수징난 ‘주자 3부작’의 다른 책인 ‘주희연보장편’이나 지금 쓰고 있는 왕양명 전기도 번역할 생각”이라 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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