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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리 수사' 해군 헬기 제작사, 해경 속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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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리 수사' 해군 헬기 제작사, 해경 속이려 했다

입력
2015.06.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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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모두 충족" 허위 입찰 제안서

해경, 근거 요구에 답 없자 선정 취소

평가 결과 조작한 해군은 유착 의혹

영국 와일드캣. 연합뉴스
영국 와일드캣. 연합뉴스

해군 최신형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 사업 비리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헬기의 제작사가 지난해 해양경찰청(현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다목적 헬기 도입 과정에서도 허위의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해경은 서류 검토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해당 업체를 탈락시킨 것으로 밝혀져, 와일드캣의 시험평가를 조작한 해군과 이 업체 간 유착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해경이 입찰공고를 내고 추진한 다목적 대형 헬기 구매사업에는 영국ㆍ이탈리아 합작법인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이하 아구스타ㆍAW-189)와 미국 시콜스키(S-92) 등 해외방산업체 두 곳이 참여했다. 해경 외부평가위원들은 두 회사가 낸 입찰제안서를 검토한 뒤 아구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아구스타는 2013년 1월 해군의 신형 대잠(對潛) 해상작전헬기 1차 사업 기종으로 최종 결정된 와일드캣의 제작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경이 아구스타 측이 낸 서류들을 다시 한번 자체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AW-189는 해경이 제시한 작전요구성능(ROC)을 모두 충족한다”고 했던 입찰제안서 결론과는 달리 곳곳에서 미심쩍은 부분들이 발견된 것이다. 최대이륙중량 항목의 경우 해경이 요구한 기준치보다 낮았지만 아구스타는 “향후 높일 계획”이라고만 제안서에 적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대이륙중량을 늘리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10%만 올리는 것도 완전히 다른 헬기를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당시 해경은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아구스타는 관련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항속거리 관련 자료들은 더 엉터리였다. 최대항속거리를 계산하기 위해선 필수 탑재장비와 헬기의 무게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의도적으로 필수장비 일부를 누락한 흔적들이 보였다고 한다. 예컨대 해경이 요구한 헬기 내 좌석 수는 20개였으나, 아구스타는 7개일 때를 가정해 최대항속거리를 계산했다. 통신장비 등의 무게를 5~10㎏씩 줄이기도 했다. 최대항속거리를 늘려 ROC를 충족하고자 속임수를 쓴 것이다.

결국 해경은 “신뢰할 수 없는 업체”라는 이유로 아구스타를 불합격시키고, 같은 해 12월 시콜스키의 S-92를 사업 기종으로 선정했다. 2017년 12월 헬기 인수가 목표인 이 사업의 사업비는 540억원에 달한다. 해경 관계자는 “탈락 이후 아구스타가 조달청 등에 민원을 넣는 바람에 그 대응을 하느라 번거로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아구스타의 석연찮은 사업 추진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1월 인도 정부는 아구스타와 맺은 귀빈용 호화헬기 12대(5억5,600만유로ㆍ한화 약 8,000억원 상당) 도입계약을 취소한 바 있다. 아구스타가 수주 경쟁 과정에서 인도 관리들을 상대로 계약액의 10% 정도를 뇌물로 뿌린 혐의에 대해 이탈리아 검찰이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도 이러한 점들에 주목, 와일드캣 도입 비리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허위 시험평가서 작성에 관여한 박모(57) 해군 소장 등 전ㆍ현직 해군 관계자 6명을 구속 기소한 상태다. 하지만 범행동기 규명 과정에서 아구스타와의 금품거래 등 유착 사실이 대거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합수단은 이미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62) 전 국가보훈처장이 아구스타로부터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 와일드캣 선정 과정에서 군 고위층을 상대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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