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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법 개정안 폐기, 끝내 떳떳하지 못했던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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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법 개정안 폐기, 끝내 떳떳하지 못했던 여당

입력
2015.07.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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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6일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되돌아온 국회법개정안 재의결표결에 들어 갔으나 여당의 조직적 투표 불참으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여야가 합의로 재상정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인 점에 비춰 국회법개정안은 내년 5월 19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 될 것으로 보인다.

비운의 국회법개정안은 지난 5월29일 여야 구별 없이 출석의원 3분의 2가 넘는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불가피한 거래였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지만 입법부 절대다수의 찬성을 얻은 법안이 되돌아와 제대로 재의 표결도 못한 채 폐기 운명에 처한 것은 저간의 사정이 어떻든 크게 유감스럽다.

특히 일련의 과정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보인 태도는 떳떳하지 못하고 비겁하기조차하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여당 원내사령탑을 질타하며 거부권 행사의 뜻을 밝히자마자 “대통령의 뜻을 수용하겠다”며 자세를 낮췄고, 곧 의원총회를 열어 재의 표결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쉽게 물러날 일이었으면 왜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전폭적으로 국회법개정안을 찬성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전당대회 때 지도부 경선 때 주자들의 단골 구호였던 수평적 당청관계는 공염불이 됐다.

새누리당은 적어도 재의 표결에 당당하게 임해 왜 생각을 바꾸게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했어야 했다. 그게 국민과 야당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다. 그러나 대신 반란 표를 우려해 아예 표결 불참을 유도했다.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재의 찬성 촉구가 빗발치는데도 여당에선 친위대역을 자임한 이정현 의원만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밝혔을 뿐이다. 의회 민주주의 절차를 중시하기보다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당내 갈등 증폭이 초래할 정치적 손실만을 감안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은 우리 의회민주주의사에 또 한번 부끄러운 오점을 남겼다는 비판을 받아도 싸다.

국회법개정안이 사실상 폐기된 것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법령 유권해석기관인 법제처에서 위헌이란 의견을 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집권여당으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서 입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여당이 청와대의 한낱 부속기관에 지나지 않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 없다. 국회법개정안 소동 와중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원내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공당의 체통과 위신을 가벼이 여기는 집권여당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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