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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코너 단장 '개콘' 위기감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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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코너 단장 '개콘' 위기감만 키웠다

입력
2017.06.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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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퀴즈카페’ 한 장면. KBS 방송화면 캡처
지난 4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퀴즈카페’ 한 장면. KBS 방송화면 캡처

“C, 8, 로마! 정답입니다”

공영방송 KBS에서 느닷없이 욕설이 튀어나왔다. 개그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너무도 노골적이고 가벼워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지난 4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개콘’)는 새로운 5개 코너로 재정비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반응은 신통치 않다. 여전히 말장난 개그에서 머물고 있어 ‘개콘’의 존재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온다.

이날 시사풍자 개그라며 ‘개콘’이 내놓은 ‘퀴즈카페’는 정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거나 꼬집는 내용이 아니어서 실망스러웠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많다. ‘민상토론’ ‘대통형’의 유민상과 서태훈이 의기투합한 코너였지만 빈칸을 채우라는 욕설을 연상케 하는 단어를 등장시켜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온 가족이 시청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내용이었다. 의미 없고 가볍기만 한 소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유미 문채원 박보영 여자배우 3명의 사진을 보여주곤 “가장 못생긴 여자는 누구인가”라고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젊은 시절 사진을 두고는 “누구냐, 모르는 동네 아저씨다”라고 했다. 여기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젊을 때 사진에는 “존경한다. 나중에 큰 일을 할 사람”이라는 뜬금없는 언급을 했다.

이날 방송된 새 코너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 ‘힘을 내요, 슈퍼 뚱맨’ ‘배틀트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도 재치나 위트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변화를 시도하겠다던 ‘개콘’ 제작진의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개그맨 유민상(맨 왼쪽)은 4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에서 ‘퀴즈카페’와 ‘힘을 내요, 슈퍼 뚱맨’ 2개의 코너에 등장했다. KBS 방송화면 캡처
개그맨 유민상(맨 왼쪽)은 4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에서 ‘퀴즈카페’와 ‘힘을 내요, 슈퍼 뚱맨’ 2개의 코너에 등장했다. KBS 방송화면 캡처
4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인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에는 김민경(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이현경 오나미 정명훈이 출연했다. KBS 방송화면 캡처
4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인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에는 김민경(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이현경 오나미 정명훈이 출연했다. KBS 방송화면 캡처

지난달 31일 SBS ‘웃찾사’가 폐지되면서 지상파 방송 개그프로그램은 ‘개콘’이 유일하다. 하지만 ‘개콘’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시청률 20~30%를 유지하며 KBS를 먹여 살리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2015년 하반기부터 한자릿수 시청률로 내려앉은 후 회복의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참신함도 떨어졌다. ‘개콘’에 출연하는 개그맨들 조차 “이러다 ‘웃찾사’처럼 막을 내리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새로 선보인 코너에 대한 시청자 반응마저 신통치 않으니 위기감은 더 증폭될 조짐이다.

KBS 출신의 한 중견 개그맨은 “‘개콘’은 지상파 방송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개그 프로그램이 되면서 언제 사라질지 모를 시한부 삶을 시작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시청률은 둘째치고 재미와 감동 중 어느 것도 시청자에게 안겨주지 못하고 있어 ‘웃찾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개콘’의 위기는 네티즌들이 아이디어를 내며 지원에 나설 정도로 심각하다. 방송 녹화를 하기 전 제작진에 개그 코너 검증을 받는 과정을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해 입소문을 유도하라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김경남 대중문화평론가는 “‘개콘’은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공개코미디가 되겠느냐’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과감하게 방송을 했다”며 “개그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20년 전 ‘개콘’처럼 변화를 꾀해야만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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