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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핵심판 변론 종결, 헌재의 현명한 심판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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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핵심판 변론 종결, 헌재의 현명한 심판만이 남았다

입력
2017.02.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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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이 마침내 종결됐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정도로 중대하게 법을 위반했다는 국회 측과, 고의로 위법 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다는 박 대통령 측의 공방이 끝까지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의 심리에서 살피고 확인한 내용을 중심으로 평의와 평결을 거쳐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일만 남겨 놓았다.

헌재의 최종 결정 선고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우리 사회는 극심한 갈등과 긴장에 휘말린 채 시계 제로의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반목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법과 원칙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내려 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결정을 발판 삼아 우리 사회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와 법치 지켜내려는 긴 여정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해 헌재에 보낸 뒤 준비절차를 포함한 재판이 최종변론을 포함해 스무 번이나 열리고 25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는 등 유례없이 치밀한 심리가 진행된 것은 이번 사건이 그만큼 중차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고 정책결정권자라고 해도 헌법과 법률을 어긴 게 분명하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할 것인지 여부를 가린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국민주권주의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최종변론에서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박 대통령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위임한 통치 권력을 공의에 맞게 행사하지 않고 밀접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만을 위해 잘못 사용했다”며 “헌재가 엄중한 책임 추궁으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이동흡 변호사가 대신 읽은 의견서에서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사실상의 최후진술을 했다. 국가정책 사항이나 인사ㆍ외교 문건을 전달하고 최순실이 국정농단하도록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문화가 중요한 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여겨 공감했으며, 세월호 참사 당일 생존자 구출을 수회에 걸쳐 지시했다는 주장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주장이 엇갈리지만 국민은 마음 속으로 저마다 탄핵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78.3%가 탄핵 인용에 찬성한 것을 보면 국민의 보편적 정서는 탄핵 인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과 대리인단 자세 실망스러워

이번 탄핵심판에서 신속한 진행이 처음부터 강조됐던 것은 급변하는 현안에 대처하려면 국정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엄중한 인식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 측이 집요하게 지연작전을 편 것은 탄핵심판 결과와 상관없이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 중심에 박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은 특히 실망스럽다. 1차 변론에 출석해 신문에 응했다면 절차를 크게 단축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끝까지 변론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기자간담회를 열거나 인터넷방송의 인터뷰에 응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쏟아 냈다. 국민과 헌재에 대한 일종의 모독이다. 정녕 잘못이 없다면 신속한 심리가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해야 했다. 대리인단이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고 증인 중 상당수가 핑계를 대며 출석하지 않은 것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무엇보다도 실망스러운 것은 대통령 대리인단의 언행이다.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국회 측 수석대변인”이라고 인신공격을 하고 이정미 재판관 후임 인선과 탄핵심판 최종변론 연기를 연계해 법조인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고 최소한의 품위를 팽개쳤다는 지탄을 자초했다.

이제 81일 동안 달려온 탄핵심판이 종착지를 앞두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해도 누군가는 반발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탄핵 반대 세력의 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서 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박 대통령이 탄핵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며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이정미ㆍ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당신들의 안위를 누구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탄핵 갈등’ 통합에 앞장서야

그런 점에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치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특히 정치인들이 헌재 결정에 따른 갈등과 후폭풍을 수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리더십과 정치력을 보여 주길 당부한다. 더불어 국민의 협력을 강조하고 통합의 메시지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현실화하고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는 등 내외 여건은 험하다. 게다가 경제가 당장 살아날 기미가 없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어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국가 운영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탄핵심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반칙과 특혜가 발붙이지 못하는 나라를 염원해 온 국민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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