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브렉시트 진영 공약 번복으로 영국 또한번 패닉

알림

브렉시트 진영 공약 번복으로 영국 또한번 패닉

입력
2016.06.28 20:00
0 0
브렉시트 진영의 대표주자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28일 출근하기 위해 자택을 나서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브렉시트 진영의 대표주자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28일 출근하기 위해 자택을 나서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정치인들의 공약이 대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며 영국이 대혼란에 빠졌다. EU 분담금 절약, 이민자 차단 등의 장밋빛 약속이 영국 언론들의 점검 결과 공약(空約)으로 드러나면서다. 브렉시트 진영 정치인들이 “실수였다”고 공약을 번복하거나 “기대치를 낮추라”는 뻔뻔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영국이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EU 분담금, 이민자 통계 주장 모두 허구?

영국 언론들은 ‘막대한 EU 분담금을 영국인의 복지 향상에 돌려 쓰겠다’는 브렉시트 진영의 주장은 대표적인 사기성 공약이었다고 27일(현지시간) 일제히 비판했다. 특히 가디언은 매주 유럽연합에 지급하는 분담금이 3억5,000만파운드(약 5억4,096원)에 이른다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의 주장을 허구로 판단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주당 분담금은 약 2억7,600만 파운드로 탈퇴론자들의 주장보다 약 7,400만 파운드가 적었다. 분담금 중 1억1,500만파운드는 영국의 농업 보조금, 대학생, 기업을 위해 쓰는 돈으로 확인됐다. EU 분담금 대부분이 오히려 영국을 위한 지원금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이에 탈퇴파 정치인들은 즉각 말 바꾸기에 나섰다. 브렉시트 진영의 대표주자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대표는 ITV에 출연해 “나는 그런 주장을 한 적 없다. 탈퇴 진영의 다른 사람들의 실수”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탈퇴파인 이언 던컨 스미스 전 고용연금장관도 BBC 방송에 출연해 “EU 분담금 전액이 아니라 상당액을 복지에 쓸 수 있다는 얘기였다”고 물타기에 나섰다.

영국 언론들은 브렉시트에 따른 이민자 유입 감소 주장도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탈퇴파 정치인들은 영국으로 유입된 무슬림 이민자들이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복지 혜택에 ‘무임승차’하며 ▦각종 범죄를 일으켜 영국 사회를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패라지 대표는 영국 이민을 위해 줄지어 선 수백명의 난민을 그린 포스터를 공개해 노골적으로 ‘공포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영국 언론들은 “EU에서 탈퇴할 경우 도리어 경제 협력을 위해서는 이민자를 계속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EU 비회원국이지만 EU 단일시장과 자유무역연합(EFTA)로 묶여있는 노르웨이의 사례를 들었다. 실제 노르웨이는 EU 시장에 접근하는 대신 EU 회원국과 자유로운 국경 왕래를 보장하는 ‘솅겐 조약’에 가입해야 했고, 인구 비례 영국보다 더 많은 이민자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고 있다.

“탈퇴 진영이 국민투표 패배 예상하고 남발”

탈퇴 진영의 핵심 주장이었던 터키의 위협도 과장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터키가 조만간 EU에 가입해 약 1,200만명의 터키인이 영국으로 쏟아 들어져 올 것이라고 탈퇴 진영을 주장했지만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국민투표로 EU가입 협상을 접을 수 있다”고 EU 가입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텔레그레프는 또 “탈퇴 진영이 홈페이지 초기화면에서 공약을 슬쩍 삭제했다”고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의 우려를 공포 전략이라고 폄하하던 탈퇴파가 자신들의 장밋빛 약속을 내던지고 있다”며 “탈퇴 진영이 공약을 남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투표에서 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파운드화가 폭락하고 영국의 세계적 금융회사와 제조업체가 짐을 쌀 채비를 하자 탈퇴파 정치인들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존슨 전 시장은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EU 단일시장과 자유로운 무역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BBC 방송 등은 “유럽과 자유무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탈퇴 진영의 이민자 통제 방침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