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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1차 압수수색 직전 증거인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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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1차 압수수색 직전 증거인멸"

입력
2015.04.2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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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들이닥치기 85분 전에

成 최근 일정표 등 옮겨 은닉

수사 정보 사전 유출 가능성도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사의 표명 이후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 칩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6일 총리실 차량이 공관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사의 표명 이후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 칩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6일 총리실 차량이 공관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기업이 지난달 18일 검찰의 1차 압수수색을 받기 85분 전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선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정보가 사전에 경남기업에 새나간 것으로 의심된다. 당시 빼돌려진 증거에는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올해 1~3월 일정표 등이 포함돼 있다. 경남기업은 당일 문제가 될 자료들을 본사 건물 지하 1층에 은닉하고 일부는 파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 21일 경남기업에 대한 3차 압수수색에서 은닉된 증거 일부를 확보, 성 전 회장의 금품로비 의혹과의 연관성을 따져보고 있다.

26일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과 이용기(43) 경남기업 부장 측 변호인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남기업의 증거인멸은 지난달 18일과 25일에 이뤄졌다. 성 전 회장이 생존해 있던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경남기업의 해외자원개발 비리와 횡령 혐의를 본격 수사하고 있었다. 특별수사팀은 최근 성 전 회장의 여비서 조모씨로부터 “지난달 18일 새벽 6시35분쯤 이 부장이 전화를 걸어와 ‘회장님 관련 자료들을 빨리 치우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조씨는 성 전 회장의 최근 3개월 간 다이어리(일정표)와 메모를 포함, A4용지 박스 절반 분량의 각종 자료들을 지하1층 창고로 옮겨 파쇄하거나 별도 보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의 이런 대응은 당시 수사 정보가 밖으로 새나갔거나, 당일 언론보도로 경남기업 수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고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검찰은 이 부장이 전화한 지 1시간25분 뒤인 18일 오전8시쯤부터 경남기업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인 지난달 25일, 경남기업은 다시 한번 2차 증거인멸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정리할 자료들은 정리하라”는 성 전 회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다. 이 때는 아예 폐쇄회로(CC)TV를 끄고 비자금 조성과 사용, 분식회계 등과 관련한 회사 내부자료들을 지하1층 창고 등으로 옮겨 은닉했다. 수사팀은 이 과정을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 부장이 사실상 주도했다고 보고, 25일과 26일 이들 2명을 잇따라 구속했다. 이 부장은 26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지난달 18일 조씨와의 통화에선 ‘회장님이 오늘 일찍 출근하실 것 같다’는 말만 했을 뿐, 증거인멸에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나, 법원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수사팀은 특히 지난달 9일 성 전 회장 사망 이후에도 이들에 의해 3차 증거물 폐기 및 은닉이 이뤄진 정황을 포착, 증거인멸 의혹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의혹의 실체 규명을 바라지 않는 ‘누군가’의 회유나 협박 등이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정치인 8명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 주장을 입증할 결정적 물증인 ‘비밀 로비 장부’ 형태의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만큼, 수사팀은 박 전 상무와 이 부장 등의 통화기록, 이메일 내역 등을 토대로 경남기업과 외부 인사의 접촉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이번 수사의 기초 공사가 거의 마무리됐다”고 말해,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수사팀은 그 동안 수집한 진술과 물증들을 토대로 성 전 회장의 ‘금품 로비’ 당시 상황을 어느 정도 복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주중 성 전 회장의 보좌진ㆍ비서진 등에 대한 1차 조사를 마무리하고, 5월 초를 전후해 리스트에 오른 8명의 주변 인사들에 대한 소환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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