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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최고 - 상주여자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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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최고 - 상주여자고등학교

입력
2015.12.0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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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여고/2015-12-02(한국일보)
상주여고/2015-12-02(한국일보)

상주여고는 2010년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 경상북도 인문계열 전체 수석과 자연계열 차석을 배출했고, 2015년 수능에서도 전국 63위, 경상북도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2022년 2월까지 자율형 공립고 허가 연장이 확정됐다.

학교가 뛰어난 성적을 내면 그 뒤에는 반드시 교사의 헌신이 있다. 상주여고는 ‘소통하는 교사’를 가장 훌륭한 교사상으로 생각한다. 최근 교과목 간의 벽을 허무는 작업이 활발하다. 과학이나 수학에 국어가 접목되는 형식이다. 교사들이 소통하지 않으면 통합적인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상주여고는 독서모임을 비롯해 다양한 교류를 통해 소통의 기회는 늘리고 있다. 이런 소통의 습관은 수업의 형식적인 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상주여고 교사들은 일방적인 강의보다 질문하고 답변하는 ‘소통 수업’을 선호한다. 자유로운 질문을 장려하다보니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교사들의 헌신은 더더욱 중요한 요소다. 시골에 있는 학교지만 수시 전형에 적극적으로 대비해 학생들에게 기회의 문을 넓히려 애쓰고 있다. 교사 대상으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요령 연수를 강화하는 한편 외부 입시 전문가를 초빙해 변화하는 입시 연구하는 시간을 자주 가진다. 또한 학생들이 수시 전형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탐구논문대회와 경시대회를 운영하고, 상주지역 역사 R&E 동아리를 활성화 하고 과학 심화 연구 프로그램(R&E)를 진행하고 있다.

‘보충 수업’도 중요하다. 상주는 지역 여건상 학생들이 수준 높은 사교육을 받기 힘들다. 부족한 부분을 학교에서 채울 수밖에 없다. 상주여고는 상주시에서 풍부한 예산(3억 원)을 지원받아 내실있는 학습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선 영어와 수학 과목은 ‘2+1’ 수준별 이동수업을 한다. 2개 반을 수준에 따라 3개 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는데, 교사가 1명 더 투입된다. ‘학생 선택형’ 프로그램은 수준별 수업의 백미로 5명 이상만 신청하면 강좌가 개설된다. 2015년에 37개 강좌 387명이 수강했다.

그렇다고 공부만 하는 학교가 아니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창의성과 인성 함양이다.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교육과정과 연계한 동아리 활동과 봉사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2014년 제7회 전국웃음 운동 경연대회에서 학생부 대상을 수상했고, 매년 11월 3일을 ‘학생의 날’로 지정해 교사들이 프리허그나 특이한 복장으로 수업하기 등의 행사를 통해 사제 간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인터뷰 - 오세춘 교장

“학생들은 교사를 존경하고 교사는 학생들을 사랑하는 학교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통하면 항상 최고의 성과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수능을 앞두고 저를 포함해 교사 11명과 학부모 9명, 2학년 학생 3명이 ‘춘천국제마라톤’ 대회에 참여합니다. 참가자 전원이 이름표에 ‘상주여고 수능 대박 기원’이라는 글자를 새겨서 뛸 것입니다. 제자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과 기운이 전해져 학생들이 편안하게 최선을 다해서 풍성한 열매를 거뒀으면 합니다. 이렇듯 교사와 학생, 선배와 후배가 서로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상주여고의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도 바뀌고 교육 환경도 변하겠지만,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큼은 유구한 전통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상주여고는

1953년 2월 상주여자고등학교 학원 인가를 받아 1953년 4월에 개교했다. 1954년 2월 상주여자고등학교 6학급 설립 인가를 받았다. 2010년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 2011년 기숙사 ‘목련관’를 증개축했다. 2015년 2월 60회 졸업생 181명을 배출했으며, 누적 졸업생은 총 15,450명이다. 같은 해에 자율형 공립고 제5기 신입생 177명이 입학했다.

◆ 상주여고 학부모 “우리 학교가 최고예요!”

박금용(49) 학부모

시(市)에서도 넉넉하게 지원해주고, 학교에서도 열심히 하니까 학부모의 신뢰가 높다. 학부모가 교사를 믿고, 교사는 열정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친다면 그보다 환상적인 교육 여건은 없다고 생각한다.

상주는 시가 작아서 고등학생들이 다닐 만한 학원이 없다. 그런 요구를 학교에서 거의 100%로 충족시킨다. 학부모로서 120% 만족한다.

고연선(39) 학부모

선생님들이 열정적이다. 자녀가 2학년인데, 아이의 성적이 오르는 게 눈에 보인다.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쳐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성적보다 더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인성이다. 학교에 한번씩 들르면 아이들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다. 늘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아이들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 과학 짱 - 3학년 김현정

넓게 공부해야 깊이도 생겨요

김현정 양은 상주여고에서 과학 부분 최고 우등생으로 통한다. 과학 문제는 거의 틀린 적이 없다.

현정 양은 첫번째 공부 비결로 요약형 참고서보다 풀어쓴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번, 2번 하는 식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것보다 문어체로 풀어쓴 책이 공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요약본은 읽기는 쉬운데 지식을 협소하게 만들어요. 이를테면 뇌에 대해서 요약해 놓은 참고서를 보면 ‘뇌의 구조 - 1) 회색질, 2) 백색질’ 하는 식으로 되어 있어요. 외우기는 쉽지만 왜 회색질인지, 왜 백색질인지를 물으면 말문이 턱, 막혀요. 공부를 했는데도 막상 시험에서 틀리는 이유죠.”

현정 양은 공부하는 폭도 넓다. ‘이런 것까지 공부할 필요가 있나’ 하고 생각하는 부분까지 호기심을 확장한다. 부질없는 공부가 아니다.

“수능에서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 두 과목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절반 정도만 공부하죠. 하지만 네 과목이 모두 연관이 많아요. 다 공부할 수는 없지만 너무 두 과목에만 치중하다보면 지식 자체가 엉성해집니다. 조금만 변형되거나 깊이가 있어도 틀리기 마련이죠. 폭넓은 공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 국어 짱 - 3학년 조윤영

잠자는 시간 빼고 내내 국어공부해요

“평소에 쓰는 말과 글이 모두 국어입니다.”

3학년 문과 조윤영 양은 ‘국어가 제일 쉽다’고 말한다. 영어와 수학에서 최고의 점수를 내는 학생에게도 언어만큼 ‘만만찮은’ 과목이지만 윤영은 “생각보다 쉽다”고 잘라 말한다. 윤영 양은 “조금만 신경 쓰면 일상이 곧 국어공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어 지문에는 정확한 표현과 어휘만 나옵니다. 그렇다면 평소에도 그런 어휘와 문장을 구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축약어와 유행어를 많이 쓰면 ‘시험용 언어’를 따로 공부해야 합니다. 국어가 어려울 수밖에 없죠.”

이 모든 언어습관의 바탕은 독서다. 아침 자습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틈틈이 독서를 즐긴다. 그는 “자투리 시간에 읽어도 독서량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틈나는 대로 읽는다는 생각으로 책을 들고 다니기만 해도 독서 생활의 90%는 완성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역시 정해놓고 쓰는 게 아니라 집중이 잘 안 되거나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집필용 공책을 꺼내든다. 그때도 정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글을 쓴다. “국어가 어렵다고 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지문을 대강 읽습니다. 그리곤 지문과 상관없는 일반적인 지식으로 문제를 풀죠. 문제는 그러면서도 지문을 다 ‘읽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독서와 바른 말 쓰기로 독해력을 키우는 것이 언어가 쉬워지는 비결입니다.”

“국어 지문에는 정확한 표현과 어휘만 나옵니다. 그렇다면 평소에 그런 어휘와 문장을 구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친구들과 대화할 때나 문자를 쓸 때, 혹은 메모를 할 때도 늘 정확한 문장과 언어 구사를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시험 지문을 읽기가 훨씬 쉽겠죠. 늘 쓰는 언어니까요. 하지만 축약어와 유행어를 많이 쓰면 ‘시험용 언어’를 따로 공부해야 합니다. 국어가 어려울 수밖에 없죠.”

◆ 수학 짱 - 3학년 지현영

느려빠진 엘리베이터를 탔다고 생각했어요

문과인 지현영 양에게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수학이었다. 1학년 때 59점까지 떨어졌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수학이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 되었다.

“제 공부법은 특별한 게 없어요. 그저 개념을 충분히 정립한 후에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을 뿐입니다. 개념 없이 문제만 풀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건 선생님들이 늘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고1말에 성적이 조금 올랐다. 문제는 고2 때였다. 상승기미가 보이던 점수가 정체되기 시작했다. ‘수학 체질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서서히 지쳐갈 즈음 선생님에게 귀가 번쩍 뜨이는 말씀을 들었다.

“수업 시간이었는데, 선생님이 수학 성적은 완만한 오르막처럼 오르는 게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수학 성적은 단과 단 사이의 높이 차이가 많이 나는 계단 모양으로 오른다고 하셨죠. 학습량이 임계점을 통과하면서 실력이 확 드러나는 거라고 하셨어요. 저한테 딱 필요한 말씀이었죠. 저는 층수가 표시되지 않는 느려터진 엘리베이터를 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순간 눈을 딱 떠보면 제일 높은 층에 있겠지 상상하면서 공부했죠.”

고3 들어서자 성적이 수직 상승하면서 만점이 나오기 시작했다. 틀려도 1개 이상은 오답을 내지 않는다. 현재 문과 수학 1등이다. 현연 양은 “조급증을 버리고 끈덕지게 공부해야 ‘끝’을 볼 수 있는 과목이 수학”이라고 강조했다.

◆ 봉사 짱 - 2학년 정효빈

우리 사회 그늘진 곳을 밝히고 싶어요

정효빈 양은 ‘초를 켜는 아이들’(초아)이라는 동아리를 이끈다. 초아는 여느 봉사동아리와 비교할 때 훨씬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활동 프로그램을 직접 짠다. 이를테면 노인 시설을 방문할 때도 청소나 빨래 등의 봉사도 하지만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봉사를 개발한다.

“최근에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손맛사지를 배웠어요. 어르신들 대상 봉사에 나설 때 활용하려구요. 한번 해봤는데 만족도가 최고였어요.”

11월에는 시립요양병원에서 음악회를 개최한다. 음악회 역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벌써 한 달째 틈틈이 연습하고 있다.

“기타, 춤, 트로트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게스트가 1,2명 정도 있긴 한데 대부분 동아리 회원들이 공연할 거예요. 저도 트로트를 연습하고 있어요, 호호!”

효빈 양이 봉사 동아리 활동에 관심을 가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머니가 수화통역사로 일하고 있다. 어머니를 통해 장애인이나 소외 되는 분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저의 최종 목표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거예요. 장애인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드라마나 영화를 찍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요.”

◆ 재능 짱 3학년 최선화

제 인생의 3점슛, 꼭 성공시킬 거예요

최선화 양은 농구부 주장이다. 꿈을 묻는 말에 “삼점 슛을 쏘고 싶다”고 했다.

“농구의 매력은 3점 슛이에요. 짜릿하잖아요.”

선화 양에게는 세 가지 꿈이 있다. 첫째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는 것이다.

“KDB생명에서 뛰고 있는 김시온 선배처럼 프로에서 통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국가대표도 되고 싶구요.”

두 번째 꿈은 ‘공부’다. 선화 양은 바로 프로 팀으로 가지 않고 대학을 거칠 생각이다. 대학은 아무래도 고등학교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임용고시를 통과해 체육 선생님이 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 꿈은 조금 특별하다. ‘모델’이다. 큰 키(173cm)와 세련된 이목구비 덕분에 주위에서 “모델 해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스포츠계 출신 연예인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농구를 열심히 해야겠죠. 모델을 한다면 그건 프로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뒤, 은퇴한 후일 거예요. 일단 농구로 빼어난 활약을 펼쳐야 다른 분야에서도 러브콜을 해줄 것 같아요. 농구 정말 열심히 해서 인생의 3점슛을 꼭 성공시키고 싶어요.”

김광원 기자, 김재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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