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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측근 차은택ㆍ김성현, 복지부 사업도 나눠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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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측근 차은택ㆍ김성현, 복지부 사업도 나눠먹어

입력
2016.11.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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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프리카 순방 맞춰

현지 보건교육 동영상 제작

특혜성 수의계약으로 따내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맞춰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현지 보건사업에 최순실씨 국정농단의 핵심 차은택ㆍ김성현씨 관련 회사가 깊숙이 개입하고 특혜성 수의계약으로 1억원 가까운 사업비를 따내 나눈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따르면 차씨가 설립한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는 대통령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ㆍ5월 25일~6월 1일) 계획이 발표된 올 5월 12일 복지부 산하 국제보건의료재단과 수의계약을 맺고 9,900만원 규모의 ‘소녀 보건 교육동영상’ 제작 사업을 따냈다. 열악한 의료환경 탓에 아동 및 산모 사망률이 높은 아프리카 현실을 감안, 현지 소녀들을 대상으로 손 씻기, 기침 예절, 몸의 변화, 건강체조 등의 정보를 동영상 및 책자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이렇게 수주한 사업을 6개 부문으로 쪼개 ▦플래시 애니메이션 및 자막(4,000만원) ▦인쇄 교재 제작(1,200만원)을 ‘온디자인에스이’라는 광고제작업체에 맡겼다. 사업비 절반 이상이 특정업체에 외주 형태로 건너간 것이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확인한 결과, 이 업체는 최씨 최측근으로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김성현씨가 지난해 7월까지 재직하며 대표, 사내이사를 역임한 회사다. 비선 실세 최씨와 가까운 두 인사가 소유하거나 깊이 관련된 회사들이 정부 예산을 나눠 가진 형국이다.

사업 수주 과정도 석연치 않다. 현행 법령상 계약금액 5,000만원 이상의 국가 용역사업은 경쟁입찰이 원칙이지만, 이번 사업은 수의계약으로 차씨 소유 회사에 맡겨졌다. 대통령 순방 일정이 2주 전에야 확정돼 조달청을 통한 입찰 절차를 밟기엔 기한이 촉박했다는 게 당국 해명. 윤 의원은 ‘동영상 제작 논의가 올해 1~2월 논의됐다’는 내용이 담긴 복지부 제출 자료를 근거로 “경쟁입찰을 진행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반박했다.

더구나 플레이그라운드와 미르재단은 대통령 순방 일정이 확정되기 이전부터 동영상 제작 계획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복지부가 윤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순방 사전답사 성격으로 3월 진행된 정부 합동 출장에 플레이그라운드 관계자가 동행했고, 동영상 제작 계획 수립을 위해 4월 1일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 미르재단에서 김성현 사무부총장,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박모 본부장이 각각 동석했다.

복지부가 현지에서 선호하는 동영상 캐릭터를 조사해달라며 4월 6일 외교부에 보낸 디자인 시안이 5월 계약 때 플레이그라운드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속 캐릭터 디자인과 같다는 점도 확인됐다. 윤 의원은 “여러 정황상 동영상 제작 사업 자체가 최순실 비선 실세들의 이익을 위해 기획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녀 보건 동영상은 대통령 순방을 앞두고 보건ㆍ음식ㆍ문화 방면에서 아프리카를 지원하는 정부 합동 ‘코리아에이드 사업’의 일환이었고, 이 행사 진행을 플레이그라운드가 총괄했다”며 “동영상 제작 역시 경쟁입찰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보니 그 내용을 잘 아는 플레이그라운드가 자연스럽게 맡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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