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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 크리스마스 대목 앞두고 계란 못 구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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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 크리스마스 대목 앞두고 계란 못 구해 ‘비상’

입력
2016.12.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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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한 직원이 30알 한 판에 7,980원으로 400원 오른 계란 가격표를 고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한 직원이 30알 한 판에 7,980원으로 400원 오른 계란 가격표를 고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발 계란 좀 구해주세요.”

충남 천안에서 식자재 도소매업을 운영하는 정선우(48)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에서 동네빵집을 운영하는 A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서울에서 계란을 못 구한 A씨가 천안까지 연락을 한 것. 정씨가 “운반비가 10만원이나 들어 배(계란값)보다 배꼽(물류비)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난감해했지만 A씨는 “물류비는 내가 모두 부담하겠다”며 통사정을 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결국 A씨에게 계란을 보내줄 수 없었다. 평소 농장이나 중간상 4,5곳에서 매일 150판(1판 6,000~6,500원)씩 받았던 물량이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영향으로 20~30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오전 일찍 물량이 소진됐다. 정씨는 “농장과 중간상 10여곳에 추가로 연락했지만 한 판도 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계란 품귀 현상이 확대되며 연말 대목을 앞둔 동네빵집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 청담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박영석(55)씨도 마찬가지다. 계란 한 판(30개) 당 가격이 4,000원에서 8,000원으로 뛰었지만 그마저도 구하기가 어렵다. 농장과 계약을 맺고 매일 계란 50판을 공급받았지만 최근엔 5,10판으로 줄었다. 그는 “계란 1판으로 케이크 3호(지름 21㎝)를 5,6개 만든다”며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맘때는 케이크를 100~200개씩 만들어야 하는데 올해는 계란을 못 구해 오는 손님마저 돌려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매출은 20% 이상 하락했다.

계란을 대신할 대체제가 없는 게 더 큰 문제다. 식당 등은 계란이 없으면 다른 반찬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제빵업체에게 계란은 필수재나 다름 없다. 대한제과협회 관계자는 “케이크와 빵 대부분은 반죽에 신선란을 쓴다”며 “분말 등 다른 재료를 사용하려면 공정이나 조리법도 바꿔야 해 동네 빵집의 어려움은 더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사가 빵을 만들어 가맹점에 공급하는 대기업 계열의 프랜차이즈 빵집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트의 한 가맹점주는 “본사에 문의하니 12월까지는 물량 공급에 큰 차질은 없을 것 같다는 답을 받았다”며 “다만 1월에도 정상적 공급이 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1인 1판 구매제한을 시작한 대형마트는 사재기 현상이 사라졌다. 22일 오후에 찾아간 서울 구로구의 이마트 매장은 계란을 30개씩 담아 놓은 ‘판란’ 물량은 소진됐지만 10개 또는 15개 묶음 계란은 진열대에 많이 남아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구매제한 전에는 일부 손님이 계란을 여러 판 구매하는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지만 구매제한 후에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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