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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 기술 일취월장… 2차 셰일혁명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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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 기술 일취월장… 2차 셰일혁명 온다

입력
2015.06.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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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년 전보다 굴착시간 절반 단축… 굴착거리도 두 배 이상 길어져

빅데이터 활용해 성공률 높여, 생산비 배럴당 50달러도 눈앞

OPEC 저가공세에 주춤했지만 유가 다시 美 업체가 좌우할 수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기존 산유국의 증산 공세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며 위기를 맞았던 미국의 셰일오일 산업이 기술혁신을 앞세워 다시 전성기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생산단가가 획기적으로 낮아지며 조만간 ‘제2차 셰일 혁명’이 도래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셰일오일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띨 경우 장기적으로 세계 원유 시장에 공급 초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가공세 이겨낸 ‘기술의 힘’

25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 출판하는 저명 기술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셰일오일 산업은 기술 혁신을 거듭하면서 생산비 절감 및 생산량 증가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이 잡지는 셰일오일 산업이 제2 전성기를 노릴 수 있는 비결로 ‘기술 혁신’을 꼽았다. 셰일오일은 유정(油井)에서 뽑아내는 일반적 원유 채취와 달리, 퇴적암 지층인 셰일층에서 원유를 추출해 낸다. 수직으로 땅을 판 다음 다시 수평굴착을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그런데 최근 셰일오일 업체들의 경험이 쌓이면서 채굴 관련 실용 기술이 개선됐고, 여러 곳의 동시 굴착이 가능해졌다. 5년 전에 비해 굴착 시간은 50% 단축됐고, 반대로 한 번에 팔 수 있는 굴착거리는 두 배 이상 길어졌다. 드릴날이나 실시간 원격조종 기술 발전도 계속 이뤄지고 있어 생산성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는 “셰일오일 산업 발전 속도는 정보통신(IT) 기술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와 무척 닮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IT 기술의 접목으로 관련 데이터가 급증한 것도 기술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맨해튼연구소는 지난달 ‘셰일 2.0시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빅데이터가 셰일 2.0시대를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셰일오일 채굴 과정에서 생긴 각종 경우의 수와 특이 상황들이 모두 데이터로 저장되고, 그것이 다음 채굴에 유용한 본보기로 이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생산비 배럴당 50불도 가능

이런 기술 발전에 따라 셰일오일 업체들은 생산비 절감 효과를 거두게 됐고,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 또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셰일오일 손익분기점은 지난해 배럴당 75달러에서 최근 60달러로 낮아졌으며, 조만간 50달러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셰일오일 손익분기점이 낮아지면 최근 주춤했던 셰일오일 산업은 다시 활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 내 석유굴착 시설의 개수는 646곳으로, 지난해 말 1,536곳에 비해 58%가 감소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초고유가 상황에서 셰일오일 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섰지만,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굴착이 상당수 중단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미국 셰일오일 산업을 겨냥해 고의적으로 생산 과잉 상태를 만들어 저가공세를 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셰일오일 덕 원유 공급초과 예상

생산비 절감 덕에 셰일오일 산업은 과거보다 더 수지 맞는 장사가 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만 돼도 경제성이 있기 때문에, 저유가 때문에 폐쇄됐던 채굴현장이 다시 열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셰일오일 기술혁신이 국제유가를 더욱 아래로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셰일오일이 기존 원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제1차 셰일혁명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심의 가격결정 체계를 약화시켰다면, 제2차 셰일혁명은 국제시장에서의 원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 주는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OPEC과 미국의 생산량으로 보아 원유 공급초과 상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일오일 기술이 전통적 원유산업을 자극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두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셰일오일 기술 접목을 통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던 유전지대 170곳이 재개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에 매장된 원유는 약 1,410억배럴로 추정된다. 오정석 연구원은 “과거에는 중동 국가들이 증산을 주도했지만, 앞으로는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이 국제유가에 따라 물량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생산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OPEC은 과거처럼 생산량 조절을 통한 고유가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 예측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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