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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 사학 꼼수폐교 잇따르는데도 발 묶인 사학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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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 사학 꼼수폐교 잇따르는데도 발 묶인 사학법 개정안

입력
2018.01.25 19: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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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ㆍ비리 사학이 ‘재산 지키기’ 수단으로 폐교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위법행위를 한 전력이 있는 사학이 문을 닫을 때 남은 재산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안이 국회에 묶여 있는 틈을 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사학 비리 척결과 ‘꼼수 폐교’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학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

당초 사학법 개정 추진의 직접적 계기는 다음달 28일로 폐교 명령을 받은 서남대 사태다. 폐교 이후 최대 1,000억원으로 추정되는 학교 잔여재산이 가족이 운영하는 다른 학교법인으로 돌아갈 상황에 놓이자 이를 막자는 여론이 높았다. 현행 사학법을 적용하면 설립자는 횡령한 수백억 원의 교비를 갚지 않은 채 남은 재산을 고스란히 가족에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서남대 같은 비리 사학의 ‘재산 대물림’을 막기 위해 지난달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상임위 통과 후 야당 일부 의원들이 재산권 침해 등 위헌 여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나서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걱정되는 것은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사학법 통과 전에 자진 폐교를 결정하는 학교가 잇따르는 현상이다. 이달 초 교육부로부터 폐교 인가를 받은 대구미래대는 학교 구성원들 몰래 폐교를 결정했다. 이 학교 재단인 애광학원은 대학이 폐교됐는데도 유치원이 운영 중이라는 이유로 재단을 해산하지 않았다. 법인 잔여재산을 유치원에 귀속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말 갑자기 폐교를 신청한 서울 은혜초등학교도 논란에 휩싸였다. 은혜초 비상대책위원회는 “16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학교가 누적 적자 3억여원을 이유로 폐교하려는 것은 사학법 통과 전에 손을 쓰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비리 사학 먹튀’는 조만간 학생 수 급감으로 대학 폐교가 본격화하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대학의 모든 학년이 저출산 세대로 채워지는 2024년이 되면 전문대 43개, 4년제 대학 73개가 없어진다고 한다. 현행 법으로는 사학이 해산되면 교수와 직원은 아무런 대책 없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학교는 사학재단의 사유물이 아니라 엄연한 공공재인데도 이 모양이다.

상임위에서 충분한 심의를 거쳐 통과시킨 법안을 법사위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월권이 아닐 수 없다. 시금석인 서남대 폐교 전에 국회가 사학법 개정안을 서둘러 처리해 잇따르는 ‘먹튀’에 경종을 울려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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