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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다녀간 직후… 평화의 손 잡은 '콜롬비아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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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다녀간 직후… 평화의 손 잡은 '콜롬비아 내전'

입력
2015.09.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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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대통령·반군 수장, 카스트로와 쿠바서 3자 회동

내년 초까지 평화협정 체결 등 합의

대립해 온 범죄자 처벌 조항, 양측 공감대 형성하며 급물살

51년 내전 종식 기대감 높아져

라울 카스트로(가운데) 쿠바 국가평의회의장과 후안 마누엘 산토스(왼쪽) 콜롬비아 대통령, 로드리고 론도뇨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지도자가 23일 쿠바 수도 하바나에서 3자 회동 후 악수하고 있다. 하바나=EPA 연합뉴스
라울 카스트로(가운데) 쿠바 국가평의회의장과 후안 마누엘 산토스(왼쪽) 콜롬비아 대통령, 로드리고 론도뇨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지도자가 23일 쿠바 수도 하바나에서 3자 회동 후 악수하고 있다. 하바나=EPA 연합뉴스

51년 동안 수십만 사망자와 이재민을 낸 콜롬비아 내전이 조만간 종식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수장 로드리고 론도뇨가 23일 쿠바 아바나에서 만나 내년 초까지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한 것. 산토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각자 다른 위치에 서 있었던 우리는 오늘 평화라는 방향을 향해 함께 나아가기로 했다”며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티모센코’라 불리는 론도뇨도 이날 평화협상 개시 3년여 만에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대통령과 약속한 기한보다 앞당겨 평화협정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합의안에는 ▦ 6개월 이내로 평화협상 체결을 마무리한다는 조항과 ▦협상이 타결된 후 60일 이내로 반군이 정부에 무기를 모두 이양한다는 조항 등이 포함됐다. 그간 첨예하게 대립해 온 ‘범죄자 처벌’ 조항에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합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 동안 FARC는 내전 중 발생한 반 인류적 범죄와 관련해 조직원들이 징계 받는 데에 반대해 왔으나, 산토스 대통령은 중대 범죄 면책 조항은 합의안에 담길 수 없다고 강력히 맞서왔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콜롬비아 정부가 반군 측의 의견을 적극 수용, 가택 연금이나 사회봉사 등으로 징계 형태를 완화하겠다는 의사를 표하면서 합의가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과도적 성격의 재판소를 만들어 중대 전쟁범죄와 반인류범죄는 벌하되 민간인 납치, 미성년자 징집, 마약 밀매 등 범죄에 대한 책임은 사면하기로 합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범죄 행위를 자백하는 이들에게는 징역형을 내리는 대신 최대 8년 간 사회봉사, 희생자들에 대한 봉사 등을 시키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FARC에 엄격히 대응했던 보수 강경파 알바로 우리베 전 콜롬비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정부가 반군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며 “강력한 처벌이 없으면 폭력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1964년 FARC 결성으로 시작된 콜롬비아 내전은 지난 51년간 사망자 22만명, 이재민 600만명을 낳았다. 평화협상은 2011년 10월부터 이어져 왔으며, 양측은 지난 3년여 간 토지개혁과 FARC의 정치 참여, 매설 지뢰 해체 등 안건에 합의했다.

한편 산토스 대통령과 론도뇨의 직접 대면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19일부터 나흘간 쿠바를 방문한 직후 이뤄져 교황이 이번 합의에 숨겨진 공을 세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콜롬비아 정부측 고문 변호사였던 미 노트르담대 법학과 교수는 AP에 “교황은 비록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대단했다”고 밝혔고, 협상에 직접 참여한 관계자도 “평화를 향한 교황의 정신은 협상장을 내내 맴돌았다”고 전했다.

당초 FARC는 아바나에서 교황을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냈으나 교황청이 이를 거절하면서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교황이 20일 연설 당시 “양측은 수십년만에 찾아 온 평화의 기회를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고 촉구하면서 협상 관계자들에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AP가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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