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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벽ㆍ가출 습관 없는 밝은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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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벽ㆍ가출 습관 없는 밝은 아이였다”

입력
2016.02.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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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때도 찾아갈 정도로 따르던 은사

부모 “훈육 차원 체벌” 진술과 상반

中입학 10일 만에 새 이모에게도 맞아

“시신 대퇴부서 선명한 출혈 관찰”

아버지ㆍ계모 살인죄 적용 검토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1년 가까이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왼쪽부터)씨와 계모 백모씨, 백씨의 여동생이 4일 경기 부천 소사경찰서에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1년 가까이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왼쪽부터)씨와 계모 백모씨, 백씨의 여동생이 4일 경기 부천 소사경찰서에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목사 아버지와 계모에게 맞아 숨진 뒤 11개월 만에 미라 상태로 발견된 여중생에게 도벽이나 가출 습관은 없었다는 담임교사의 증언이 나왔다. 여중생 딸의 도벽과 가출 습관을 고치기 위해 폭행했다는 부모 진술과는 상반된다.

경기 부천교육지원청은 숨진 이모(사망 당시 13세)양의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담임교사 A씨가 면담에서 “(이양에게 도벽 등 나쁜 습관은) 전혀 없었다. 굉장히 밝고 잘 생활한 아이였다”고 말했다고 4일 전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나 선생님이 파악하기에 이양이 심한 체벌이나 학대를 당한 사실은 없었다고 한다”며 “이양은 졸업할 때 출석이 굉장히 성실해야 받을 수 있는 상도 받았기 때문에 결석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의 아버지(47)와 계모 백모(40)씨, 이양을 2011년부터 돌본 새 이모인 백씨의 동생(39)은 이양을 폭행한 이유에 대해 “도벽과 가출 습관을 고치기 위한 훈육 차원의 체벌”이라고 진술했다. 이는 A씨의 증언과는 상반된다. A씨는 이양이 가출했을 당시 찾았을 정도로 가까웠던 은사다.

경찰에 따르면 이양은 작년 3월 11일 부천시 원미구 새 이모 집에서 계모와 새 이모에게 회초리 등으로 종아리와 손바닥을 맞았다. 이들은 이양에게 멍 자국이 생기자 학대 사실을 감추기 위해 학교도 보내지 않았다. 이양이 중학교 신입생이 된지 열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양은 사흘 후인 3월 15일 새 이모 집을 나와 친구 집에서 하루를 머물고 다음날 A씨를 찾아갔다. A씨는 이양을 설득해 새 이모에게 데려갔다. 이양이 A씨에게 학대 사실을 미리 털어놨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양의 아버지는 3월 17일 오전 1시 가출에서 돌아온 이양을 플라스틱 막대로 폭행했다. 아버지는 이날 오전 7시부터 다시 이양을 깨워 낮 12시까지 나무막대로 마구 때렸다. 심한 폭행을 당한 이양은 이날 오후 자신의 방에서 숨졌다.

이양은 2009년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함께 살게 된 계모와 자주 다퉜고, 초교 3학년 때인 2011년 9살 나이에 새 이모에게 맡겨졌다. 소사구에서 원미구 학교로 전학 가는 과정에서 친구와도 헤어지는 등 심리적 동요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의 부모는 이날 이틀째 조사에서도 딸의 시신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주님이 살려줄 것이라는 종교적 신념에서 방치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신고를 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이양의 부모에 대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치사와 사체 유기 혐의로, 새 이모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양의 부모에 대해 우선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법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양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통보한 구두소견에서 “대퇴부에서 비교적 선명한 출혈이 관찰됐다”며 “현 단계에서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으나 외상성 쇼크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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