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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정원 위장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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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정원 위장명칭

입력
2015.07.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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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모체로 1961년 창설된 중앙정보부는 그보다 3년 전에 만들어진 국방부 중앙정보부가 뿌리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요청을 받아들여 육ㆍ해ㆍ공 3군의 정보요원을 차출해 국방부 예하에 통합부대를 만들었다. 당시 부대장으로 후에 중앙정보부장이 되는 이후락 준장은 자신의 군번 ‘10079’를 따서 ‘79부대’라는 별칭을 지었다. 국가정보기관이 위장명칭을 사용하는 관행이 이로부터 비롯됐다.

▦ 도ㆍ감청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하면서 국정원의 위장명칭으로 밝혀진 ‘5163부대’도 과거 중앙정보부의 유산이다. 5ㆍ16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주역들이 중앙정보부를 창설하고 위장명칭을 지었는데 그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쿠데타 성공을 영원히 기념하고자 박정희 소장이 한강철교를 넘은 5월 16일 새벽 3시에서 숫자를 따왔다. 5163부대의 존재는 이미 예전부터 알려져 왔다. 2006년 북파공작원 보상문제가 불거지면서 국회 조사과정에서 북파공작원들의 소속이 5163부대로 돼있고, 이 부대가 국정원인 사실이 밝혀졌다.

▦ 국정원이 ‘7452부대’라는 또 다른 위장명칭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와중에 드러났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개인 변호사 비용을 지급한 출처를 추적한 끝에 확인됐다. 이 별칭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시절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고, 그 직후 7ㆍ4남북공동성명이 나온 공적을 남기기 위해 만들었다는 게 정설이다. 7ㆍ4남북공동성명에서 ‘74’와 이후락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5월 2일의 ‘52’를 땄다고 한다.

▦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 시절에도 위장명칭이 있었지만 군부대식 이름을 쓰지는 않았다. 안기부 예산을 선거자금에 전용한 ‘안풍’사건 계좌 추적과정에서 드러난 이름은‘ΟΟ문화사’와 ‘ΟΟ연구소’등이었다. 선진 정보기관을 지향한다는 국정원이 유신시대 망령이 깃든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가 대표인 EG 대표전화도 ‘0516’이라는 점과 연결 지으면 더 황당하게 느껴진다. 지금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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