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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도 넘어선 주한 중국 대사의 외교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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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도 넘어선 주한 중국 대사의 외교 망언

입력
2016.02.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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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궈홍 주한 중국대사가 23일 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주한 미군의 사드(고고도 방어미사일 체계) 배치 논의와 관련, 노골적 으름장을 놓았다. 한중 관계 파탄을 경고한 것은 물론이고 사실상의 군사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사드가 중국 입장에서는 중대한 안보 위협임을 강조하고, 국내의 반대 여론을 부추기는 부수 효과도 노렸을 것임은 이해하더라도 외교적 결례임은 물론이고 한국을 지나치게 얕잡아보려는 언동임을 간과할 수 없다.

지금 양국은 적성국가였던 과거와 달리 30여 년의 밀접한 교류를 통해 정치ㆍ경제ㆍ문화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다. 우호적이고도 동반자적 파트너십이 구축돼 가는 중이다. 지난해 9월 서방 지도자들이 불참한 가운데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2차 대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따라서 추 대사의 망언은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한 채 여전히 대국주의와 냉전 논리를 답습, 중국의 패권주의적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과 다름없다. “사드 배치 한 가지 문제로 한중 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거나 “과연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미국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긴장을 조성해서야 한국의 안전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말로도 들린다. 사실에 어긋난 인식일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 허용한도를 한참 넘었다. 전시(戰時)가 아닌 상황에서 대사가 주재국의 안전까지 거론한 것은 정치 협박이자 주권 침해다.

북한이 핵 도발을 계속하는 동안 북한의 우방이자 6자 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이 제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되새기면 더욱 불가능한 언사다. 핵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 안보 위험이고, 사드 배치 논의가 그 방어태세의 하나임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안보 우려를 씻어주려는 다방면의 노력을 일절 무시한 채 자국 논리만 앞세운 그의 언사에서 앞으로 한중 관계에 놓인 커다란 걸림돌을 본다. 외교부가 추 대사를 불러 경고하고, 그가 뒤늦게 사안의 민감성에 대한 이해와 앞으로의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다짐한 것만으로 끝내기 어렵다. 더욱 엄중한 경고와 재발 방지 촉구를 병행해 마땅하다.

아울러 추 대사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가 이런 발언을 하게 된 경위나 더민주가 이를 공개한 배경도 의아스럽다. 김 위원장은 추 대사 망언을 그냥 듣고만 있었다는 건지, 속 시원히 밝혀야 한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국내적 논란과 정부와는 다르게 마련인 야당의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도를 넘어선 일방적 언사에 대해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었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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