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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구 획정 진통이 보여주는 ‘정치 밥그릇’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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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구 획정 진통이 보여주는 ‘정치 밥그릇’ 힘

입력
2015.10.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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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 지역구 획정작업의 진통은 우리 정치가 기득권 포기에 얼마나 인색한지를 확인시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주 지역구를 현재와 같은 246개로 사실상 결정하고도, 농어촌과 수도권에 대한 최종 선거구 배분 방식을 놓고 진통을 겪는 바람에 발표가 늦춰졌다.

최대 인구편차 2대1 원칙을 현행 선거구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농어촌 선거구가 9개 줄고, 수도권에서 그만큼 늘어난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농어촌 지역 ‘텃밭’이 줄어드는 데 대한 우려가 무성해진 분위기가 획정위로 그대로 옮겨지는 바람에 애초의 ‘단순 적용’은 불가능해졌다. 대신 수도권의 선거구 증가를 최소로 억제해 이를 농어촌 지역으로 돌리자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과 여야 지도부는 그런 공감대의 논리적 근거로 ‘지역대표성’을 내세운다. 전체 선거구 획정의 원칙이 어떻게 되든 스스로의 정치적 밥그릇, 전통적 표밭의 기득권을 지키기에 매달리는 모습이 스스로도 겸연쩍어서 집어 든 명분일 뿐이다. 시쳇말로 사고만 치지 않으면 또 한 차례의 국회의원 당선이 가까이 왔다고 여겨온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로서는 이웃 선거구와의 통폐합은 이중의 부담이다. 강력한 내부 경쟁자를 맞아야 하는 데다 선거운동의 공간적 범위가 커진다. 정당으로서도 농어촌의 ‘확정 의석’이 주는 대신 열띤 경합이 빈발하는 수도권의 ‘미확정 의석’이 느는 게 반가울 리 없다.

그러나 ‘지역대표성’ 주장은 그 동안의 권역별 비례대표나 석패율제 도입 논의의 기둥이었던 ‘지역감정 완화’주장과 명백히 배치된다. 현재 논의되는 농어촌 지역 대부분은 공교롭게도 영호남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지역대표성’은 물론이고 문화지리적 특성까지 감안해서 인구편차 허용 범위를 2대1로 줄였다. 새삼스럽게 헌재가 고려한 수준 이상으로 농어촌의 지역대표성을 따져야 할 이유가 없다.

여야도 문제지만, 획정위가 여야 의견에 따라 ‘농어촌 선거구 감소 최소화’방안을 논의하느라 진땀을 빼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수도권 선거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선거법상 쪼갤 수 없는 자치 시ㆍ군ㆍ구까지 쪼개어 다른 선거구에 갖다 붙이는 모의 획정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원칙에 어긋나는 4곳의 예외지역이 현행 선거법의 대표적 치부(恥部)였다.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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