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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 거물들의 변신…투자업계서 ‘이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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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 거물들의 변신…투자업계서 ‘이모작’

입력
2016.08.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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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대신 투자자의 길

사모펀드 분야, 변양균ㆍ강만수 등 진출

부동산 자산운용, 김호식ㆍ김교식 등 활동

사모펀드 부문선 아직 성공사례 드물어

41판_ IB 업계에서 활동 중인 간료 출신 주요 인사/2016-08-15(한국일보)
41판_ IB 업계에서 활동 중인 간료 출신 주요 인사/2016-08-15(한국일보)

#. 지난해 국내 최대 부실채권(NPL) 투자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 인수전에 국내 정관계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글로벌 NPL 투자회사 발벡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장하원 전 열린우리당 정책실장(디스커버리인베스트먼트),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보고펀드) 등이 인수 출사표를 던졌다. 정부가 매각을 철회하면서 무산되긴 했지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별들의 전쟁’이었다.

#.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는 이지스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신탁은 모두 전직 관료들이 회사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최대주주인 김대영 대표(경영부문)는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냈다. 김 대표는 2001년 코람코자산신탁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이우철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했다. 전임 회장인 이규성 코람코자산신탁 회사발전협의회 회장은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1998~1999년) 출신이다.

과거 정부에서 장ㆍ차관 등을 지낸 거물들이 투자은행(IB) 분야에서 제 2의 인생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들은 공공기관 수장이나 대기업 고문 같은 ‘낙하산 행선지’를 거부하고 자본시장에서 투자가의 길을 걷고 있다. 저성장으로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이 분야 시장 전망이 밝은데다, 고위 공직자로 축적한 인적 네트워크와 정책 노하우를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IB업계에 따르면 전직 고위 관료들의 행선지는 크게 두 갈래다. 우선 특정 기업을 인수ㆍ합병(M&A)해 가치를 높인 후 매각해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PEF) 분야. 최근엔 PEF 분야에 뛰어드는 전ㆍ현직 관료들이 늘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관련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9월 ‘파이오니어 인베스터즈’라는 PEF 운용사를 설립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회장에 취임해 지난해 6월 옵티스-쏠리드 컨소시엄의 팬택 인수를 자문했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발벡코리아 대표), 구본진 전 기재부 차관보(트루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도 활동 중이다. 지난 2004년 PEF가 법적 기틀을 잡은 이후 오랫동안 이 분야 관료 출신이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보고펀드 공동대표)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스카이레이크 회장)에 불과했던 점에 비추면 큰 변화다.

국내외 부동산 자산을 매입한 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거두는 부동산 자산운용 부문에서도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 장관(FG자산운용 회장),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아시아신탁 대표) 등이 활동 중이다.

이처럼 관료들이 IB 분야로 활발히 진출하는 건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저성장ㆍ저금리 시대를 맞아 주식ㆍ채권 같은 전통적 자산보다 기업ㆍ부동산 자산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사모펀드 등에 대한 대체자산 투자에 연기금을 비롯한 ‘전주’들이 자금 공급을 늘리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상시화로 매물로 나오는 기업이나 부동산 자산 등 먹거리도 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B 분야는 극소수 참여자들이 제한적 정보로 경쟁하는 비공개 시장이기 때문에 관료 시절 축적한 인맥과 업무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거물들의 투자 성적표는 분야별로 다소 엇갈린다. 관료 출신 주도로 탄생한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이 모두 업계 최상위권 회사가 된 부동산 분야에선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PEF 분야에선 아직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 관료 출신 ‘1세대’로 꼽히는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의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2006년 설립 후 10년 만에 국내 최고 IT 전문 PEF 운용사(총 운용자산 1조4,000억원) 반열에 올랐으나, 공직 재임 기간이 3년에 불과해 민간 인사로도 볼 수 있다.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보고펀드를 국내 최고의 토종 PEF 운용사로 육성했으나, 지난 2014년 LG실트론 투자 실패 건으로 빛이 바랬다. 보고펀드와 스카이레이크를 제외한 ‘관료 PEF 운용사’ 상당수는 투자는커녕 실탄 확보의 첫 단계인 펀드 결성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PEF 운용사 대표는 “PEF 출범 초기엔 운용사 투자 실적 같은 자료가 부족해 관료 타이틀로도 자금을 모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결코 아니다”라며 “특히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PEF 분야는 인수 가격, 경영 능력, 경기 변동 등 각종 변수에 따른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전문 역량 없이는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맥쿼리오퍼튜니티즈, 미래에셋 프라이빗에쿼티(PE)가 딜라이브(옛 씨앤앰)를 인수할 당시 9,000억원의 자금을 제공한 국내 기관 대부분은 이 금액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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