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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출판사 첫 책] ‘14살 인생멘토’(2009)

입력
2016.07.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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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이 넘는 편집자 생활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면 ‘모든 콘텐츠는 사람으로부터 나오고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출판 시장에서 사람을 직접적인 소재로 하는 영역이 있다면 위인전이나 자서전, 평전 등이 될 것이다.

오랜 편집자로서의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북멘토’ 출판사의 발행인으로서 처음 주목한 분야도 바로 여기였다. 왜냐하면 예나 지금이나 이 분야 텍스트의 스토리텔링은 성공ㆍ업적ㆍ명예라는 키워드를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 세상은 점점 다양해지는 데 반해 성공 스토리는 너무 진부하게만 여겨졌고, 만약 인생을 보는 관점을 바꾼다면 커다란 혁신도 가능해 보였다.

얼마 전의 일이다. 2016년 6월 26일 ‘2016 코파 아메리카’ 아르헨티나와 칠레와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축구 천재 메시는 어이없게 실축을 했다. 메시는 경기 직후 주장 완장을 벗으며 눈물을 쏟았고 이어 시상식에서도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경기 직후 은퇴를 선언한 메시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국가 대표팀 경력은 이제 끝났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했지만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 국가대표로서 나는 이제 끝이다. 모두를 위해서다. 나는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희귀병을 앓아온 메시가 끝내 국가대표로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그 와중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이 메시에게 보낸 편지가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메시가 국가대표로서 은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은퇴가 아이들에게 ‘이기는 것만이 우선이고 유일한 가치’라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어린 아이들이 자기의 재능으로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아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희귀병을 앓아온 당신이 어떻게 고통을 극복하고 성장해 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은퇴를 한다면 아이들은 당신에게 배웠던 ‘노력의 가치’를 더 이상 배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당신이 졌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한다면 오늘 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생의 가치를 잃어버릴 것입니다.”

편지가 메시의 결정을 바꿀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이 선생님은 한 번의 실수만을 기억하는 메시 자신보다 메시 인생의 전체의 가치를 더욱 잘 알고 있음이 틀림 없다. 바로 이런 관점의 전환이 출판 기획의 핵심이다.

북멘토의 첫 책 ‘14살 인생 멘토’(김보일 지음)는 ‘성공만이 유일한 잣대라는 편견을 깨고 양심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길을 간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취지에 따라 기획해 13명 인물의 결정적인 순간을 담았다. 그 중에는 ‘위대한 실패’를 선택한 모험가 어니스트 새클턴도 있고, 편안한 삶을 거부하고 떠돌이가 된 철학자 에릭 호퍼 도 있다. 또 얼마 전에 타계한 무하마드 알리와 같은 삶도 책에 등장한다. 알리는 베트남 전에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베트콩과 싸우느니 흑인을 억압하는 당신과 싸우겠다.”

출판사의 기획의도가 통한 걸까. 독자들의 반응은 역시나 ‘대박’이었다.

김태완 북멘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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