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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교사 대상 성범죄 무관용 원칙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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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교사 대상 성범죄 무관용 원칙 적용해야

입력
2016.06.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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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주민들의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 이어 현직 여교사의 70% 가량이 성희롱과 성추행 등 넓은 의미의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전교조가 전국의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 여교사 1,758명을 설문조사(복수응답) 한 결과, 응답자의 70.7%가 술 따르기나 음주 강요(53.6%), 유흥업소에서 춤 강요(40%), 음담패설 등 성희롱(34.2%), 부적절한 신체 접촉(31.9%) 등 다양한 성폭력을 경험했다. 강제 입맞춤 등 성추행(2.1%)이나 강간ㆍ강간미수 등 성폭행(0.6%)을 경험한 교사도 있었다.

여교사에 대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교단 특유의 비민주적 문화의 탓이 크다. 교장 교감 부장교사 등 간부들은 인사권이나 근무성적평가 등을 무기로 여교사와 기간제 교사를 통제하기 때문에 성범죄를 당해도 제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여교사들은 성폭력의 가해자로 교장 교감 등 학교 관리자(72.9%)와 동료 교사(62.4%)를 주로 지목했다. 일이 벌어져도 학교 명예가 실추된다며 쉬쉬하며 덮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설문조사에 응한 한 여교사가 “학교 관리자들은 일단 무슨 사건만 일어나면 무조건 덮으려 하고 교사의 편이 아닌 반대의 행동을 한다”고 답변한 것은 교단에 만연한 보신주의를 잘 보여준다.

여교사들이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해 처벌 강화(80%)를 으뜸으로 꼽은 데서 보듯, 그간 교단 특유의 끼리끼리 봐주는 온정주의 탓에 성범죄 교사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온 게 사실이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5년간 성범죄로 징계 받은 교사 240명 중 절반 가량이 여전히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을 책임진 교사에겐 일반 직장인보다 훨씬 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교사가 학교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교사와 여학생 대상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평생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교장 등 관리자의 독단적 학교 운영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다. 아무리 엄격한 처벌 기준을 갖추더라도 수직적인 학교의 권력구조가 온존하는 한 여교사와 여학생 대상의 성범죄를 공론화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성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ㆍ축소하는 관리자도 연대 책임을 물어 교단에서 추방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장 공모제 등을 확대해 교사 사회에 민주적이고 건전한 시민의식과 수평적 리더십이 정착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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