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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맞선 팝스타 4

입력
2016.02.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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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가 지난 7일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수퍼볼’에서‘포메이션’무대를 펼치고 있다. 비욘세 페이스북
비욘세가 지난 7일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수퍼볼’에서‘포메이션’무대를 펼치고 있다. 비욘세 페이스북

팝스타는 멋진 음색과 화려한 몸짓으로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여흥을 전하면서도 때로는 사회적 목소리를 내며 대중에게 의기를 불어넣는다. 팝스타가 지닌 또 다른 존재 이유다. 최근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백인 경찰의 인종 차별적 검거행태를 꼬집은 비욘세의 공연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논란과 정치적 탄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팝스타를 꼽아봤다.

“우릴 쏘지 마” 흑인 차별 저격 나선 비욘세

경찰차가 물에 반 이상 잠겨 있다. 그 차 위에 기대어 앉아 있는 여성의 모습이 도발적이다. 주인공은 바로 팝스타 비욘세. 카메라는 차의 운전석 등에 적힌 뉴 올리언스(New Orleans)문구를 클로즈업한다. 비욘세는 지난 6일 공개한 신곡 ‘포메이션’ (Formation)뮤직비디오로 미국에서 억눌린 흑인 인권을 정면으로 들춘다. 뉴올리언스가 어떤 곳인가.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흑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으로, 미국 정부가 흑인 밀집 지역이라 대처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이 지역에서 공권력의 상징이라 볼 수 있는 경찰차 위에 올라 타 있다는 건 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으로 볼 수 있다.

비욘세는 흑인 인권 침해에 대해 백인 경찰들에게도 책임을 묻는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흑인 아이가 무장을 한 백인 경찰들 앞에서 춤을 추는 장면 뒤 ‘우릴 쏘지 마’ (Stop shooting us)란 문구가 나온다. 최근 시카고 등에서 일부 백인 경찰들이 비무장 흑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하는 일이 벌어져 과잉 진압 논란이 인 것에 대한 일갈이다. 비욘세는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바로 다음 날인 7일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에서 ‘포메이션’을 불렀다. 비욘세는 이날 검은색 쇼트팬츠에 군복을 연상시키는 같은 색 상의를 입었고, 댄서들은 머리에 베레모를 쓰고 무대를 꾸렸다. 이는 1960~70년대 게릴라 활동을 펼친 흑인인권무장단체 흑표당이 입던 의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을 보호하는 경찰을 공격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지만, 음악전문지 빌보드 등은 “비욘세가 가수가 아닌 흑인 여성운동가로서 정치적 책임을 멋지게 소화해냈다”고 평가했다. 이후 비욘세의 NFL 무대에 대한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일각에선 전세계 1억명이 넘게 보는 공개적인 무대에서 흑표당을 미화한 걸 문제 삼아 16일 뉴욕 NFL 본부 앞에서 ‘반(反) 비욘세’ 항의 시위를 계획하는 가하면, 반대로 비욘세 지지 연대도 꾸려졌다. 흑인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면 공격 받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로, 인종차별주의자들에 대한 항의 시위를 이번 일을 계기로 전개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비욘세는 ‘포메이션’ 에서 ‘난 아프로(흑인의 곱슬 머리)인 내 아이의 머리스타일을 좋아하지’ (l like my baby hair, with baby hair and afros)라며 흑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강하게 표출했다. 더 나아가 ‘난 흑인판 빌게이츠가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I just might be a black Bill Gates in the making)며 흑인으로서의 강한 자의식으로 드러내며, ‘최고의 복수는 네 돈’ (Best revenge is your paper)이란 표현까지 쓴다. 멋진 무대로 인종차별주의자의 지갑을 열게 해 돈을 버는 흑인 팝스타로서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팝의 여왕' 마돈나의 공연 모습. 마돈나 페이스북
'팝의 여왕' 마돈나의 공연 모습. 마돈나 페이스북

“이기적인 미국” ‘반전(反戰) 여전사’ 마돈나

곪아왔던 사회적 갈등을 들추거나 사회적 편견을 깨 세상을 바꾸려 한 대표적인 여가수로는 ‘팝의 여왕’ 마돈나를 빼놓을 수 없다.

마돈나는 2003년 낸 ‘아메리칸 라이프’ 뮤직비디오를 통해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라크 전쟁을 패션쇼로 표현, 전쟁의 참상을 쇼처럼 즐기는 미국인을 비꼬는 내용이었다. 마돈나는 뮤직비디오에서 군복 차림을 하고 등장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수류탄을 던지는 장면을 연출해 사회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수류탄을 받은 이는 웃으며 안전핀을 열고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으로 끝나는 데, 이는 전쟁의 광기에 사로 잡힌 이에 대한 분노를 풍자한 것으로 비춰졌다. 이를 두고 마돈나는 “반전과 평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반전 여전사’로 나선 마돈나는 뮤직비디오 공개 후 ‘반 부시적 관점’ 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클린 버전’ 뮤직비디오를 새로 공개하기도 했다.

수류탄을 던지는 장면과 전쟁의 참상을 보여준 패션쇼 무대를 보며 웃고 즐기는 이들의 모습을 빼고 마돈나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 앞에서 노래하는 장면으로 대체한 뮤직비디오다. 이 문제를 두고 마돈나는 2004년 영국의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어디든 테러는 있지만 그것 때문에 한 나라의 무고한 시민들에게 수많은 폭탄을 투하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며 “미국인들이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미국의 이라크 전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노래로 10대 미혼모 문제 (‘파파 돈트 프리치’) 등 여러 사회적 금기에 도전한 마돈나는 ‘아메리칸 라이프’ 뮤직비디오로 미국 내 극우 세력으로부터 그의 가족이 살해 위협을 받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파격적인 무대로 유명한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공연 모습. 레이디 가가 페이스북
파격적인 무대로 유명한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공연 모습. 레이디 가가 페이스북

“원래 이렇게 태어난 것” 동성애 혐오 허문 레이디 가가

레이디 가가는 파격적인 음악으로 동성애 차별을 온 몸으로 저항해 온 대표적인 여성 음악인이다.

그가 2011년 발표한 ‘본 디스 웨이’ 란 노래는 성소수자들 사이에선 송가로 통한다. ‘난 원래 이렇게 태어났다’ (I was Born This Way)라며 ‘후회 속에 널 숨기지마’ (Don’t hide yourself in regret)란 가사로 성소주자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나서서다. 더 나아가 가가는 ‘드랙이 되지 마’ (Don’t be a drag)라고 노래한다. 드랙(퀸)은 여장남자를 일컫는 말로, 옷을 통해 자신의 여성성을 표현하는 소극적인 방법에서 그치지 말고 여성으로 당당한 삶의 주인공이 되라 (Just be a queen)는 게 가가의 말이다.

그는 미국 내 동성애자의 군 복무 금지를 비판하는 등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 인권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 왔다. 지난 2012년 내한 공연 때 기독교 단체들의 공연 반대 저항에 부딪히기도 한 그는 “동성애가 싫다고 하시면서 왜 그렇게 명품 드는 분들이 많나”라며 “(유명 패션 디자이너)마크 제이콥스, 칼 라거펠트 다 동성애자인데”라는 말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털어놓기도 했다.

러시아 출신 펑크록 밴드 푸시 라이엇은 복면을 쓰고 세상에 나서 '반 푸틴'을 외친다. 이들의 활동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푸시 라이엇: 어 펑크 프레이어'(2013)속 모습.
러시아 출신 펑크록 밴드 푸시 라이엇은 복면을 쓰고 세상에 나서 '반 푸틴'을 외친다. 이들의 활동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푸시 라이엇: 어 펑크 프레이어'(2013)속 모습.

“푸틴 물러나게 하소서” 정권 저격수 푸시 라이엇

러시아 출신 여성 펑크록 밴드 푸시 라이엇은 ‘반 푸틴’ 을 주장하며 온 몸으로 정권에 저항해 온 이들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를 부정부패의 산실로 보고, 2000년부터 장기 집권해 온 그를 독재자로 비판해 온 여성 음악인이다. 이들은 “푸틴을 물러 나게 해주소서”라며 2012년 2월 러시아정교회 사원에서 ‘반 푸틴 공연’을 해 2년 형을 선고 받고 1년 넘게 투옥 생활을 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2014년에는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소치에서 시위성 기습공연을 했다가 경찰로부터 채찍을 맞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이 때 푸시 라이엇은 ‘푸틴이 우리에게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다’란 뮤직비디오를 촬영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푸시라이엇은 “올림픽 보이콧 활동을 하는 건 소치에서 실제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들은 2015년 ‘난 숨을 쉴 수 없어’란 곡을 발표해 공권력에 억눌린 이들의 고통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 노랜 미국 뉴욕에서 비무장한 흑인인 에릭 가너 제압 과정에서 그를 목 졸라 숨지게 한 경찰에 불기소 처분이 나 논란이 인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푸시라이엇은 “국가 폭력으로 사망한 이들에게 바치는 곡”이라고 밝혔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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