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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정너 시대, 잃어버린 호기심을 찾아서

입력
2016.07.2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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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과학책

미첼 모피트,그레그 브라운 지음ㆍ임지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발행ㆍ264쪽ㆍ1만9,500원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에는 그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영원과 인생, 그리고 신비한 현실의 구조가 주는 불가사의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경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불가사의를 매일 조금씩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아인슈타인이 1955년 5월 라이프 매거진과 한 인터뷰 내용의 일부로 그가 호기심을 얼마나 강조했는지 알 수 있다. 여러 과학자들의 자서전이나 전기를 읽어봐도 그들을 위대한 과학자로 이끈 8할은 ‘호기심’이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호기심 많은 아이로 태어난다. 호기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를 리도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가진 호기심을 존중하기보다는 무시하고, 나아가 호기심의 싹을 자르려고 드는 경우가 많다. “뭘 그런 걸 알려고 해?”라는 핀잔 한 마디로 말문을 닫게 만들고 호기심을 원천봉쇄 한다. 이런 핀잔은 자신도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에서 나온 일종의 공격 행동이다.

지식의 주입만을 효율적인 학습이라고 생각하는 풍토에 길들여진 탓에, 질의와 토론은 매우 효율이 떨어지는 시간 낭비라는 사고의 산물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정보와 지식이 책에 나와 있고 검색엔진으로 언제나 실시간 접근이 가능한 시대에 닥치는 대로 창고처럼 쌓아가는 지식이 과연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인터넷, 인공지능이 거의 공짜로 답을 주는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오히려 좋은 질문을 하는 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질문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라버린 호기심을 되살리기 위해 평소에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기발한 과학책’은 꺼져버린 호기심을 되살리는데 무척 좋은 책이며 온 가족(15금)이 함께 볼 수 있다. 이 책은 누적 조회수가 무려 5억에 이르는 유튜브 채널 ‘ASAPscience’의 내용 중 영상물 19편과 새로운 주제 21편을 덧붙여 만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괴상한 질문과 끈덕진 루머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에 대한 대답’이 책의 부제로 달려 있는데 그냥 대답이 아니라, ‘가능한 한 빠르며(ASAP)’ 간명하지만 과학적인 대답이기에 ‘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과학 입문서로서도 훌륭하다.

캐나다 출신의 두 저자 미첼과 그레그는 둘 다 생물학 전공인만큼 생물, 인체, 행동, 감각, 사랑, 수면, 노화 등 사람을 둘러싼 질문에 집중한다. 평소 호기심 많은 나로서는 이 책이 반갑기 그지 없었는데, 이를테면 술을 많이 마시고 나면 두통이 오는 까닭은 무엇인지? 과음 후에 두통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같은 실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도 얻었고, 민망해서 그 동안 누구에게도 물어보기 힘들었던 질문, “남자들은 왜 아침마다 특별한 캠핑 기술 없이도 ‘텐트를 치는’ 능력을 타고 났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의 ‘답정너’라는 유행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건 한국 사회에서 질문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사를 강요하기 위한 용도로 변질되어 버렸다는 것을 뜻한다. 질문이 무서워진 시대에 잃어버린 질문의 옳은 용도를 찾아서 모두 호기심을 키워야 할 때다.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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