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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고전 두 무대, 한국 사회를 꾸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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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고전 두 무대, 한국 사회를 꾸짖다

입력
2014.11.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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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센 희곡 '사회의 기둥들'

희곡 발표 137년 만에 한국 초연

디킨스 소설 '위대한 유산'

외형과 물질에 치중하기 시작한

19세기 영국 통해 현 시대 비판

연극 '위대한 유산' (위쪽 사진)과 '사회의 기둥들'은 각각 19세기 영국과 노르웨이 사회를 빗대 현재 한국 사회의 모순과 위선을 고발한다. 명동예술극장ㆍ씬플레이빌 제공
연극 '위대한 유산' (위쪽 사진)과 '사회의 기둥들'은 각각 19세기 영국과 노르웨이 사회를 빗대 현재 한국 사회의 모순과 위선을 고발한다. 명동예술극장ㆍ씬플레이빌 제공

세월이 흘러도 그 가치가 변치 않는 예술 작품이 있다. 이들 작품의 영속성은 당대의 사회 현상을 묘사하면서도 그 속에 시공간을 초월한 인류보편의 속성을 심어뒀기에 유지된다. 2014년 한국 사회를 읽게 만드는 유럽 고전 작품 두 편이 올 겨울 연극 무대에 오른다.

연극 ‘사회의 기둥들’은 노르웨이 국민 극작가이자 ‘현대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헨릭 입센의 작품이다. 1877년 쓰인 이 희곡은 발표하자마자 1만부가 발간될 정도로 북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으로 한국 관객에게는 희곡 발표 이후 137년 만에 처음 소개된다.

연극은 노르웨이 소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득권의 위선을 그려낸다. 높은 도덕성으로 사회의 기둥과 같은 존재로 존경 받지만 내면은 개인의 욕심으로 가득 찬 주인공 베르니크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갈등이 줄거리의 뼈대다.

입센의 다른 희곡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기둥들’ 역시 현재 한국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 많다. 특히 작품은 철도 노선 공사로 주민들 몰래 이득을 챙기려는 꼼수, 수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불안하게 출항하는 배 등 별다른 각색 없이도 현재 한국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사회의 기둥들’의 김광보 연출은 이번 작품을 연출하는 이유에 대해 “어느 시대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 즉 통시성(洞視性)을 갖춘 작품이라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며 “입센의 통찰력이 지금 한국 사회에 꼭 맞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 작품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 3월 번역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별다른 의미 없이 읽었던 이야기들(수선 없이 출항하는 배 등)이 지금 보면 놀라울 정도로 한국 모습과 닮았다”며 “이 연극을 통해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의 기둥들’은 시대를 관통하기 위해 무대 세팅에도 신경을 썼다. 무대연출, 의상, 조명 등은 1870년대를 재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2014년을 그리는 것도 아니다. 김 연출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불특정 시공간을 만들어내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19~3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고전 ‘위대한 유산’도 무대에 오른다. ‘위대한 유산’은 가난한 주인공 핍이 어느 날 익명의 부호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은 후 런던에서 신사 교육을 받으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 청년의 정신적 성장을 중심으로 19세기 영국의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한다.

1861년 소설 발간 이후 영화, 연극 등 수 차례 한국에 소개됐음에도 ‘위대한 유산’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 무대는 특히 핍의 사랑 이야기 이면에 숨은 영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 초점을 맞췄다. 최용훈 연출은 “부르주아 계급의 등장에 맞춰 외형과 물질에 치중하기 시작한 19세기 영국 사회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고전 작품이 끊이지 않고 한국 무대에 소개되는 이유에 대해 “직접적으로 한국 사회에 대해 얘기하지 않아도 다른 시대, 다른 공간 속의 인물을 통해 한국 사회를 빗대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3~28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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