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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미디어 전쟁-종편 선정 그 후] <3> 여론 독과점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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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미디어 전쟁-종편 선정 그 후] <3> 여론 독과점 심화

입력
2011.01.0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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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널리즘 생태계 보수색만 '과잉 덧칠'…여론 획일화 우려

종합편성(종편)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네 신문사는 신문과 방송이라는 이종 보도 매체를 겸영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이 교차 소유 허용을 주장하며 내세운 논거는 여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다양한 방송사 간 자유로운 경쟁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아직 보도 기능을 가진 방송 매체가 부족하고, 지상파 매체가 특정 이데올로기에 편향돼 있어 획일화한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다양한 시각의 여론이 공존해야 할 저널리즘 생태계에 종편의 등장은 오히려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언론 자유는 언론을 소유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여론 다양성을 위해 종편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대해 “다양화하기는커녕 신문에서의 보수 편향이 방송을 통해 더욱 확대되면서 보수 권력과 유착된 여론 독과점이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대다수의 언론학자들도 메이저 신문의 획일적 보수성이 방송 시장에 전이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했다. 그 이유는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신문사들이 한국 보수주의의 골간을 이루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생산하고 해석하는 어젠다는 압도적 보수주의 프레임이고, 특히 자본에 취약한 논조를 갖는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은 지난달 31일 종편 사업자 선정 직후 “한국 사회에서 보통명사로서 조중동의 악명이 자자한데 결국 이들에게 방송까지 안겨줬다”며 “노골적 특정 후보 밀어 주기, 특정 기업 밀어 주기 등 신문에서의 행태를 TV에서도 접하게 됐다”고 개탄했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신문은 주장에 익숙한 스타일의 매체인데 이런 저널리즘 스타일이 방송에서까지 나타날 경우 방송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시각도 ‘신문의 방송 진출로 여론 다양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종편 사업자들의 전망과 거리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0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뉴스 및 시사보도에서 신문보다 방송을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점 만점의 척도에서 공정성은 지상파 방송사(3.97), 뉴스전문 케이블(3.89), 전국종합신문(3.70) 순이었고 신뢰도는 지상파 방송사(4.04), 뉴스전문 케이블(3.90), 전국종합신문(3.79) 순이었다.

현 방송 뉴스가 편파적이기 때문에 신문사가 방송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데 전문가들과 일반인의 인식이 일치하는 셈이다. 미국 미디어비평가 에벗 리블링은 60여년 전 “언론 자유는 언론을 소유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고 일갈했는데 종편 도입을 둘러싸고 저널리즘의 공공성이 운위되는 한국의 현실에 시사점을 던져 준다.

“종편보다 여론 독점 방지를 위한 안전 장치 필요”

종편 도입 추진 과정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신방 겸영을 허용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신방 겸영은 선진국에서도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정책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07년 미국 내 20개 도시에서 신방 겸영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지만 이 법안은 다음 해 상원에 의해 부결됐다. 거대 미디어 기업에 의한 여론 독과점을 우려해 반대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신방 겸영 논쟁의 초점은 방송 채널의 숫자가 아니라 정보의 원천이 얼마나 다원화하느냐에 맞춰진다.

신방 겸영을 허용하는 국가들도 매체 합산이 저널리즘의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계량화하는 지표를 개발해 측정하고 있다. 미국의 다양성지수(DI), 독일의 매체집중조사위원회(KEK)지수, 영국의 다양성테스트(plurality test) 등이 그것이다. 방통위도 지난해 시청점유율 산정 기준을 마련했으나 점유율 30% 이상 매체를 규제하는 유명무실한 잣대라 오히려 ‘조중동의 방송 진출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종편 사업자들이 주장하는 ‘지상파에 의한 방송의 여론 독과점’ 방지를 위해서는 매체 소유의 집중이 예견되는 종편을 만들기보다는 지상파를 포함한 매체의 소유 분산을 위한 장치가 시급하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주요 신문사에 방송 사업권을 줬다는 점에서 종편은 오히려 여론 독과점을 제도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 탈락 사업자들 정보공개 청구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단독 선정된 연합뉴스TV(가칭)에 영리행위가 제한된 의료법인 을지병원이 주요주주로 참여한 것과 관련, 뒤늦게 위법 논란이 벌어졌다. 을지병원의 출자가 위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보도채널 승인은 취소된다. 더욱이 보도전문채널에 신청했다 탈락한 일부 사업자들이 심사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방송통신위원회에 4일 상세 심사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나서 보도채널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TV는 5개 신청 사업자 가운데 유일하게 승인최저점수인 800점(총점 1,000점)을 넘겨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단독 선정됐다. 연합뉴스TV(자본금 605억원) 법인 현황에 따르면 최대주주는 연합뉴스(28.007%)며, 을지병원(4.959%)은 4대 주주로 참여했다.

논란의 핵심은 을지병원이 의료업과는 관련 없는 방송 사업에 출자한 것이 ‘의료 기관을 개설한 비영리법인은 (중략)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의료법 시행령 20조에 저촉되느냐다. 일부 탈락 사업자 등은 의료법인이 의료 기관에서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까지 일일이 열거해 영리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의료법의 취지로 볼 때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보건복지부는 3일 방통위 측의 비공식 문의에 “의료법상 의료법인의 재산 관리에 대해 명문화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다”고 답변한 상태.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복지부 관계자는 4일 “의료법인이 기본재산이 아닌 보통재산으로 유가증권 형태의 재산을 보유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며 “다만 현재 의료법인이 방송미디어에 출자한 사례가 없어 (법률적으로) 더 따져 봐야 할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밝혔다.

방통위는 “의료법 위반 여부는 복지부가 판단할 문제”라며 복지부에 공을 넘겼다. 이태희 대변인은 “일단 복지부로부터 위법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지만 향후 위법 판단이 내려지면 승인의결 때와 주주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승인이 취소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측은 논란의 확산을 우려해 공식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한 관계자는 “의료법 시행령은 의료법인이 의료행위를 할 때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그것과 상관없는 주식 취득 등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이 아니다”며 “삼성의료원 등 다른 의료법인도 관계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반론이 만만치 않다. 법무법인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는 “복지부는 모 대학병원이 병원 건물로 임대업을 하려 하자 목적사업을 벗어난 영리행위라며 제동을 거는 등 의료법인의 영리행위를 까다롭게 규제해 왔다”며 “의료업과 관련 없는 방송 사업 출자도 당연히 규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료법인이 환자들 상대로 번 돈을 병원이나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자하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4일 성명을 내고 “을지병원의 출자는 명백한 위법이고 따라서 연합뉴스TV에 대한 보도채널 승인도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어 “복지부가 현행 법을 위반한 (을지병원의) 정관변경을 승인해 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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