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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람 기자

등록 : 2016.04.06 04:40

“가습기 살균제 독성 알고도 방관했나”에 수사 초점

등록 : 2016.04.06 04:40

檢, 제조사 책임 규명에 집중

피해자 자료 분석해 등급 매기고

전문가 1000여차례 자문 받아

미필적 고의 등 적용 배제 안해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 가능성

미일 등 해외 판례도 검토 중

2011년 보건복지부가 동물실험을 통해 위해성을 확인한 가습기살균제. 왼쪽부터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세퓨가습기살균제, 와이즐렉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가습기청정제,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 가습기클린업.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 221명 전원의 폐손상 간 인과관계를 확인함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수사는 제조업체의 책임 규명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제조업체들이 독성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형사처벌 수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자문 거쳐 폐손상 인과관계 입증

1월 꾸려진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서울중앙지검 이철희 형사2부장)은 지금까지 살균제에 포함된 독성물질로 인해 피해자들이 입은 폐손상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살균제의 원료 폴리헥사 메틸렌 구아디닌(PHMG)과 염화 에톡시 에틸 구아디닌(PGH)이 폐손상을 유발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첫 단계다.

검찰은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들 200여명을 불러 실제로 살균제를 구매ㆍ사용했는지 확인하는 한편, 폐손상을 입은 피해자들의 진료기록부와 폐조직 검사 결과, X레이 등 영상 기록을 분석해 등급을 분류한 뒤 종합해 최종 등급을 매겼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정부 조사단에 참여한 의사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를 실시한 전문가들로부터 1,000여차례 이상 자문을 받았다.

수사팀과 전문가 자문단은 PHMG와 PGH의 영향이 다른 폐질환과 구분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폐렴 등으로 인한 폐손상은 후두부터 기관지와 폐포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 손상을 일으키는 반면, 가습기에서 배출된 이 독성 물질은 기관지 말단과 허파꽈리(폐포) 사이 부분을 파고들어가 염증을 일으켰다. 조사에 참여한 한 의사는 “이 물질 때문에 생긴 염증은 기관지 말단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체들 유해성 인식 여부 밝혀야

검찰은 이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세퓨 가습기 살균제 등 4개 제품의 업체 핵심 임원들을 불러 조사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독성 물질의 유해성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이들 회사와 임직원들의 자택, 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하고 핵심 임원 30~40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일부 제조업체가 ‘살균제 성분에 유해성이 없다’는 반박 자료를 만들기 위해 서울대의 실험 결과를 조작했는지 여부도 살피고 있다. 실험 결과 조작은 업체가 유해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들이 유해성을 알면서도 살균제를 제조ㆍ판매한 사실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치사 및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미필적 고의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과관계가 입증된 221명 중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나 170여명에게 피해를 입힌 부분만 기소가 가능하다.

독성물질 손상 처벌 법리 고심 중

그러나 이들을 법정에 세우기까지 넘어야 할 관문도 많다. 2011년 4월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나 지나 회사의 임직원들이 관련 자료를 폐기 처분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고 입을 맞추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게다가 독성 물질로 인한 인체 손상에 대한 국내 판례가 드물어 수사팀은 일본, 미국 등 해외 판례를 검색하며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리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검찰이 정부가 피해자로 인정한 221명에 대해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라면서도 “그렇다고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3,4등급의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아니니 정부가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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