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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1년 전 도굴 흔적 보고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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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1년 전 도굴 흔적 보고도 몰랐다

입력
2015.10.0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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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임당동 고분군 도굴 신고에 전문가들 "20~30년 전 흔적" 결론

경찰에 도굴 일당 잡히자 오판으로

"국가사적 관리능력 문제" 지적

경북 경산시 임당동 1호 고분과 인근 압량면 부적리 4호 고분에서 도굴된 금제 귀걸이 등 문화재. 경산경찰서는 고분을 도굴한 혐의로 구속된 골동품상 박모씨 등으로부터 이 문화재들을 압수했다. 경산경찰서 제공
경북 경산시 임당동 1호 고분과 인근 압량면 부적리 4호 고분에서 도굴된 금제 귀걸이 등 문화재. 경산경찰서는 고분을 도굴한 혐의로 구속된 골동품상 박모씨 등으로부터 이 문화재들을 압수했다. 경산경찰서 제공

올해 4월 경북 경산시 임당동 고분군에 “도굴 흔적이 있다”는 신고가 문화재청에 접수됐다. 4,5세기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임당동 고분군은 2세기 신라에 투항한 압독국 지배자의 후손 무덤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국가사적 516호로 지정돼있다.

문화재청의 의뢰로 임당동 고분군에 파견된 고고학자들은 1호분 천장에서 함몰 흔적을 발견했다. 문화재청은 재차 전문가를 급파, 현장을 조사한 결과 “무덤 양 옆에 있는 2개의 도굴갱은 1980~90년대 뚫은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 천장이 함몰되면서 도굴갱 자취가 드러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도굴된 지 20~30년이 지나 도난 물품 등 실태파악이 어렵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문화재청과 전문가들의 판단은 오판이었음이 드러났다. 경찰조사결과 조사시점으로부터 불과 1년여 전에 도굴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6일 임당동ㆍ조영동 고분군과 미지정인 압량면 부적리 고분을 도굴한 혐의(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위반)로 박모(65ㆍ골동품상)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박씨의 지시에 따라 도굴에 가담한 인부 이모(61)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지난해 1, 2월쯤 임당동 1호고분과 압량면 부적리 4호 고분을 곡괭이와 삽 등을 이용해 파헤친 뒤 유물을 훔친 혐의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임당동 1호고분에서 도굴한 금제귀걸이 2점과 은제 칼 등 7건 38점의 문화재를 압수하고, 부적리 고분에서 도굴해 은닉한 것으로 알려진 금제 귀걸이와 솥단지, 다리미 등의 소재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4월 제보에 따라 수사에 착수, 박씨 주도로 범행이 이뤄진 것을 확인했으며, 일부 도굴 문화재는 암암리에 처분한 것으로 보고 유통경로를 정밀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도굴범들은 봉분 아래쪽과 위쪽 2개의 도굴갱 중 아래쪽을 통해 도굴했다”며 “위쪽 도굴갱은 오래 전에 생긴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초에는 벌초를 하지 않아 수풀이 우거져 있어 도굴갱이 쉽게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당동 매장문화재들은 신라 초기 지배계급의 풍습과 생활상은 물론 당시 사회 문화 경제 기술 양상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1982년 도굴꾼들이 2호분에서 도굴한 순금제 귀걸이 및 장신구, 은제 허리띠 등의 중요 문화재를 해외로 밀반출하려다 적발되면서 그 중요성이 알려졌다. 그 해 발굴조사가 이뤄졌고 이듬해 사적 제 300호로 지정됐다가 2011년 인근 조영동 고분군과 합쳐 사적 제 516호로 재지정됐다. 이번에 도굴된 1호분 봉분에는 마을 주민들이 수호목으로 여기는 당산나무가 있고, 주민들의 반대로 당시 발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문화재 관계자는 “국가사적을 폐쇄회로(CC)TV는커녕 울타리 하나 없이 관리한 것도 모자라, 도굴 흔적을 보고도 사실을 몰랐다니 기가 막힌다”며 “정부의 문화재관리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때 국가사적 관리권을 넘겨받은 경북도는 임당동 고분군에 대해 올 들어서야 울타리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산=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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