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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남기씨 쓰러진 지 300일 넘었어도 아직 사과 안하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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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남기씨 쓰러진 지 300일 넘었어도 아직 사과 안하는 경찰

입력
2016.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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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12일 ‘백남기 청문회’에 참석해 “사람이 (시위 현장에서)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농민 백남기씨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의식을 잃은 지 이날로 304일인데도 경찰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투다. ‘민중총궐기’ 이후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강 전 청장은 이를 한 번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백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 또한 법 집행과정에서의 우연한 사고일 뿐 경찰 잘못은 아니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지적을 조금만 살펴봐도 그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분명해진다. 서울중앙지법은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5년 형을 선고하면서 백남기씨를 향한 물대포 발사가 잘못된 것이라고 별도로 밝힌 바 있다.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에는 시위 참가자의 가슴 아래를 겨냥하도록 돼 있지만 경찰이 이를 무시하고 백씨의 머리를 향해 곧장 물대포를 쏘았으며 이로 인해 백씨가 쓰러졌는데도 직수살수를 계속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경찰이 살수를 직사했고 백씨가 쓰러진 뒤에도 물대포를 계속 쐈던 정황을 확인했다고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넘겨받은 자료에서는 경찰이 디지털 조작기기를 활용하지 못해 물대포의 수압을 살수 압력 이상으로 설정했고 가슴 아래를 조준해야 하는 운용지침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렇게 경찰의 잘못이 밝혀지고 있는데도 강 전 청장이 사과를 거부하고 후임 이철성 청장마저 기자간담회에서 “법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백남기씨를 위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한 것은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설령 경찰 주장대로 당시 집회가 폭력적이었다 해도 그 때문에 살수차 운용지침 위반을 합리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권력은 정해진 규정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음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렇게 보면 전현 경찰 총수가 백씨가 의식을 잃은 것에 경찰은 눈곱만큼의 잘못도 없었다고 버틸 일이 아니다.

검찰 또한 과잉진압으로 고발된 당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수사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으니 사건을 서둘러 처리해 마땅하다. 그래야 경찰이 시위 진압을 핑계로 정해진 규정을 무시한 채 마음대로 대응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고, 아울러 공권력의 행사가 권위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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