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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대형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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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대형 아파트

입력
2016.02.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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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85m₂초과하는 대형

분양 물량 5년째 3만가구 수준

집값 하락폭도 갈수록 커져

대출규제 공급과잉 논란에

인구구조 변화, 실수요 등 영향

제2의 전성기 가능성도 낮아

3인 이하 가족이 늘고 부동산 시장도 실수요자 위주로 돌아가면서 한때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던 대형 아파트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3인 이하 가족이 늘고 부동산 시장도 실수요자 위주로 돌아가면서 한때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던 대형 아파트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4월 한 대형 건설사가 서울 서대문구에서 분양한 전용면적 59~109㎡, 총 940가구 규모의 아파트는 지금까지 대형(전용109㎡ㆍ총 89가구) 일부를 팔지 못해 특별 조건을 내걸며 수요자들에게 구애활동을 하고 있다. 해당 건설사는 청약 붐이 불었던 지난해 봄 서울 도심에서 분양을 한데다 아파트가 2호선 아현역, 5호선 애오개역 등 역세권에 있어 ‘완판’을 자신했지만 발목이 잡혔다. 현재 이 대형 세대는 3.3㎡당 1,800만원대로, 분양 당시(평균 2,040만원)보다 200만원 가량 할인돼 판매 중이다.

신안종합건설은 작년 말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청약을 받았던 ‘인스빌 리베라 3ㆍ4차’ 아파트의 사업을 지난달 14일 취소했다. 전용 84~96㎡ 총 980가구 규모의 단지였는데 청약 경쟁률이 0.5대 1에 그친 데 이어 단 2명만이 계약을 해 무더기 미분양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대출규제와 공급과잉 논란 등으로 수요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영향도 있지만 전체의 66.4%(651가구)가 대형(전용 96㎡)으로 구성된 것이 참패 요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형 아파트가 위기다. 인구구조의 변화,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 환경 등으로 갈수록 대형 면적을 찾는 사람이 줄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대형아파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한다.

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용 85㎡를 초과하는 대형아파트의 분양 물량은 지난해 3만8,996가구로 10년 전(7만9,773가구)보다 51.1%나 줄었다. 같은 기간 전용 85㎡이하 중소형이 22만5,741가구에서 47만6,897가구로 111.3%나 급증한 것과 정반대다. 대형의 경우 2007년 정점(10만5,996가구)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뒤 2010년부터는 줄곧 3만가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대형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이 중소형보다 2배가 넘으면서 투자상품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2007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대형 아파트의 집값 하락폭이 더 커지는 등 타격을 받았다”며 “이런 추세는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10년 전인 2005년에는 중소형 아파트가 8.92% 상승할 때 대형 아파트는 무려 18.66% 뛰었고, 금융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2006년 호황기에도 대형(28.15%)의 집값 상승률이 중소형(24.42%)을 앞질렀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지난해까지 9년간 가격 상승률을 보면 중소형은 2012년(-2.69%)을 제외하고 해마다 플러스 상승률을 보였지만, 대형은 2009년(2.37%), 2014년(2.27%), 2015년(3.86%) 등 3번을 제외하곤 모두 마이너스였다. 집값이 오른 해에도 중소형보다 상승폭이 컸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앞으로도 대형아파트에 돌파구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4인 가족은 줄어드는 반면 1~3인 가구는 증가하는 인구 구조의 변화 ▦부동산시장이 3040 실수요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점 ▦발코니 확장 등 특화평면으로 중소형 아파트의 실제 면적이 넓어진 점 등을 꼽았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트렌드에 민감한 건설사들이 최근 택지지구나 지방 등에 단지를 공급할 때 중소형 위주로 구성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 강남이나 부산 해운대처럼 학군 등의 수요가 뒷받침되는 지역에서는 대형 아파트가 살아남을 공산이 적지 않다. 실제 이달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역대 최고 분양가(3.3㎡당 4,290만원)로 분양한 GS건설의 ‘신반포 자이’의 경우 총 607가구 중 383가구가 조합원 물량이었는데 이들이 전용 98㎡(52가구), 114㎡(96가구), 153㎡(6가구) 등 대형 면적을 싹쓸이하면서 일반분양 때는 전용 59㎡와 84㎡ 등 중소형 2개 주택형만 나왔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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