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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관위원장이 공천신청자 개인에 선택을 미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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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관위원장이 공천신청자 개인에 선택을 미루다니

입력
2016.03.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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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공천 내홍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박계 공천 탈락을 추인하라며 김무성 당 대표를 거듭 압박했다. 공천관리위원회도 친박계 중심의 공관위원들이 김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고, 김 대표가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이틀째 파행을 겪었다.

그 동안 결정된 단수ㆍ우선추천 지역구 대부분이 친박계로 채워졌으니 친박계가 공천을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박계 탈락 당사자나 여론이 아무리 ‘정치보복’이나 ‘공천 학살’이니 떠들어 봐야 이들에게는 ‘쇠귀에 경읽기’다.

김무성계조차 소수로 전락했고, 김 대표가 ‘당헌ㆍ당규 위반’이라며 추인을 거부하고 있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경선이 중심이 된 상향식 공천을 밀고 갈 요량이었다면 공관위를 중립적 외부인사에 맡기거나 일찌감치 공관위의 무리수에 제동을 걸어야 했다. 현재의 거부 몸짓은 비박계 탈락 인사들의 평가처럼 ‘뒷북 치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일부 언론에 공천 칼바람의 핵심 표적으로 여겨져 온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초선도 아니고 지금 걱정스러운 당 상황을 알지 않겠느냐”며 “나로서는 (유 의원의 결정을) 기다려 주는 중”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이 알아서 탈당이나 불출마를 선언하라는 말이고, 어떤 경우든 새누리당 공천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니 그리 알라는 최후 통첩이나 다름없다.

공정한 심판장 역할을 맡아야 할 공관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지금까지 원칙과 동떨어진 공천을 거듭해왔다지만 차마 이 정도일 줄이야. 유 의원은 이미 공천관리위원회에 공천을 신청했다. 그를 단수 후보로 공천할지, 경선후보로 할지, 아니면 낙천시킬지는 어디까지나 공식기구인 공관위와 공관위원장이 선택하고 결정할 일이다.

아무리 그를 공천하기 싫다고 며칠 째 결정을 보류해 시간을 끌며 유 의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다가 이제는 거꾸로 그에게 결정을 맡기겠단다. 지난해 6월의 국회법 파동 당시 유 의원을 원내대표 자리에서 내쫓을 때와 흡사하다. 반드시 몰아내라는 강력한 주문이 있었던 한편으로 유 의원의 거취에 대한 국민 관심이 워낙 크고 당내 반발도 만만찮아 결국 유 의원 스스로 물러나게 했다.

여당 지도부, 특히 공천 잇속을 독점하다시피 챙긴 친박계가 이런 정치보복과 무리수를 거듭하고도 총선에서 유권자의 마음과 표를 얻을 요량이라면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다. 어차피 불공정 공천의 성격이 확연해진 만큼, 공식기구가 유 의원의 공천 여부를 서둘러 결정하는 최소한의 형식절차라도 완성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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