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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 없다, 눈치 안본다… ‘법정관리인’ 김종인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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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 없다, 눈치 안본다… ‘법정관리인’ 김종인의 실험

입력
2016.02.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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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상태’였던 더민주 회생의 키

인재 영입부터 현안 해법까지

거침없는 마이웨이로 정면돌파

DJ-盧 실책 등 민감 사안 언급도

이전 당 모습과 확연히 다른 행보

“지지층 확대” “혼란 초래” 시선 갈려

김상곤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설 연휴 직후 “소개할 사람이 있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자리에서 김현종 전 유엔대사를 만났다. 인재영입위원회는 김 전 대사에 대한 검증에 들어갔고 노무현 정부 시절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초반 협상을 이끈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19대 총선 당시 더민주의 전신 민주통합당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 요구’를 놓고 진통을 겪어 야당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서 과거에 쓰지 못한 사람도 폭넓게 찾고 그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고, 김 전 대사는 더민주에 입당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19일 “문재인 전 대표도 김 전 대사 영입을 고민했다 한미FTA 협상 관련 부분 때문에 망설였다”며 “김종인 체제 들어 당이 달라진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여성예비후보 전진대회'에 참석해 의원 및 예비후보자들과 함께 총선 승리 기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여성예비후보 전진대회'에 참석해 의원 및 예비후보자들과 함께 총선 승리 기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더민주의 ‘법정관리인’ 김종인 대표의 실험들이 주목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잇따른 현역 의원의 탈당과 야권의 정통 지지기반인 호남의 민심 이반으로 ‘부도’ 상태였던 제1야당 더민주의 회생의 키를 쥔 이후 인재 영입이나 대북 문제 등 현안 접근 방식에 있어 기존의 더민주와는 결이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그 동안 당내에서 ‘예민한 곳’으로 여기던 부분도 과감하게 건드리고 있다. 그는 17일 ‘청년과 더불어 경제 아카데미’ 강연에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양극화 현상을 지적하며 고(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재벌 위주의 성장과 양극화를 심화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야권 내에서 ‘성역화’ 되다시피 한 두 전직 대통령의 실책을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북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거침 없다. 그는 자신이 군 복무 했던 경기 파주 육군 6사단을 찾아 “우리 경제가 더 발전하면 언젠가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또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두고 “단순히 찬반론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라거나 “햇볕정책이 지금도 타당한지 진단해 봐야 한다”는 등 이전 당 기류와는 다른 발언을 쏟아냈다. 물론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 이후 “개성공단을 급박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충분하게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 입장으로 돌아섰지만 한동안 당내에서는 당황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또 김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친노ㆍ운동권 중심의 당 운영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각종 선거기구 인선에서 친노 성향 인사 대부분을 배제한 데 이어 종북 문제로 당이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 예비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은 “(김 대표는) 지금껏 특정 정파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말하고 행동했고 더민주에 와서도 마찬가지”라며 “무기력했던 더민주가 나아지려면 과거와는 다른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이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해 기존 노선을 바꿀 게 있으면 바꾸겠다”며 “이 나이(76)에 정치적 이득을 얻자고 그런 게 아니다”고 말해, 자신은 ‘임시 구원 투수’ 역할임을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의 행보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중도 보수층으로 영역 확대를 위한 긍정적 조치”라고 말했다. 반면 호남의 한 초선 의원은 “갑작스런 방향 전환으로 지지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우려했다. 당장 당 농어민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정훈(전남 나주화순) 의원은 “김현종 전 대사 영입으로 당 정체성이 혼란스러워 졌다”며 당 지도부의 해명을 요구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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