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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안희정이 정치 경쟁자? 차세대 정치인으로 본 받을 만"

입력
2014.09.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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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국제적 수준 감독 갖춰야

中 투자한 56층 드림타워는

경관 해치고 교통문제 유발 우려

30층대로 낮추면 도민 설득해 볼 것

정치는 기획 불가능한 영역,

국민 마음 속에 발도장 많이 찍어야

난 50 넘었으니 이제 중진 개혁파

보수에선 비주류지만 변화 이끌 수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9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제주만의 자연경관을 해치거나 사유화하는 것을 막고, 공동화하고 있는 구도심을 적극 재개발하겠다"며 제주 개발의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9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제주만의 자연경관을 해치거나 사유화하는 것을 막고, 공동화하고 있는 구도심을 적극 재개발하겠다"며 제주 개발의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6ㆍ4지방선거를 통해 행정가로 입문한 시도지사 가운데 원희룡 제주지사만큼 많은 전쟁을 치르는 이가 또 있을까. 외국인 카지노 허가와 복합 리조트 건설 논란, 강정마을 문제 등 원 지사는 3개월 동안 여러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대체로 제주 개발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그는 “개발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질서 있고 원칙 있는 개발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진영 내 소장개혁파의 원조격인 원 지사를 19일 한국일보 편집국 인터뷰실에서 정치부 기자 4명이 만났다. 두 시간여 진행된 인터뷰는 내내 유쾌했다. 원 지사는 “7월1일부터 지사직을 수행했는데 어떤가”라는 첫 질문에 “현장을 상세히 파악해야 하고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일도 많다 보니 솔직히 국회의원 할 때보다 노동강도 훨씬 세다”고 입을 뗐다. 곧바로 지역현안 문제로 들어가자 그에게선 에너지가 넘쳐났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고, 뭔가 꼭 설명해야겠다 싶은 게 있으면 눈에 힘이 들어가는 게 역력했다.

_카지노 신규 건설에 반대하면서 중앙정부와 맞서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

“기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거다. 이미 제주에는 카지노가 8개나 있지만 전체 테이블이 200개가 안될 정도로 영세하다. 그래서 세금은 고사하고 매출 파악도 제대로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카지노가 들어오면 그야말로 ‘환치기 메카’가 되고 말 거다. 그래서 국제적인 수준의 관리ㆍ감독 시스템을 갖추고 필요하면 구조조정도 하자는 것이다.”

_드림타워는 직권취소할 수도 있나.

“이 부지는 30여년 전 터파기 공사만 한 뒤 흉물로 방치돼오다 2012년 중국 녹지그룹이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사업이 재개됐다. 56층 건물을 지어 카지노를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사실 제주는 고도제한이 15층이라 30층대로 낮춰 짓겠다면 도민 설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녹지그룹은 동의하지만 사업자(동화투자개발)가 막무가내다. 건축 변경허가 후 1년 안에 착공을 안하면 직권취소가 가능하다. 시간은 우리 편인 셈이다.”

_제주도에 56층 높이 건물 허가가 되나.

“사실 나도 궁금하다. (웃음) 드림타워 계획이 나온 뒤 경관을 해칠지 모른다는 도민의 우려가 컸다.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80%나 됐다. 심각한 교통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전임 지사가 6ㆍ4 지방선거 직전 건축허가를 내줘 제주 전체가 발칵 뒤집혔고 감사원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_제주 개발의 청사진이 궁금하다.

“제주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자연유산이다. 제주만의 독특한 자연경관을 해치거나 이를 사유화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미 개발된 면적만 해도 차고 넘친다. 대신 많은 사람들이 대자연의 치유력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하고, 공동화ㆍ슬럼화하고 있는 구도심을 적극 재개발해야 한다.”

_제주가 중국의 식민지로 전락한다는 우려도 상당한데.

“일종의 공포심리 같은 게 있다. 중국인 소유 토지가 590만㎡ 가량인데 이 중 90%는 대규모 복합 리조트 개발 투자지역이다. 도민이 살고 있는 땅이 중국자본에 넘어가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투자를 받는 데만 급급했지만, 이제는 고용과 물품 구입, 납세 등에서 제주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시스템화하려고 한다.”

_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는데.

“마을 주민들과 협의해 조례를 만든 뒤 가급적 연내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려고 한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은 주민들이 명예회복을 바라고 있다. 협조하는 건 당연하다. 대신 법원이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여러 차례 기각했기 때문에 공사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주민들은 진상조사 결과를 근거로 법원에 다시 가처분신청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_제주공항 확장 문제는 잘 풀려가나.

“우리는 가급적 판을 키우려는데 비해 정부는 재정이 투입되니 자신들이 주도하려고 한다. 우리는 재정이 부족하면 우리가 민간자본을 더 유치해서라도 복합에어시티로 가겠다는 생각이고, 공항공사는 기존 공항을 바다 쪽으로 조금 넓히자는 입장이다. 어느 방안이 더 나은지 도민과 국민, 전문가와 함께 공개토론을 한 뒤 그 결론에 따를 것이다. 다만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주니 무조건 따르라’는 식은 곤란하다.”

원희룡 지사가 19일 두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동안 쉼 없이 제기된 질문에 답하면서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주성기자
원희룡 지사가 19일 두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동안 쉼 없이 제기된 질문에 답하면서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주성기자

원 지사는 정치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중도개혁파 정치인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및 정병국 의원과 함께 ‘남원정 트로이카’로 불리던 때도 있었다. 그런 그가 19대 총선을 포기하고 행정가로 변신한다고 했을 때 다들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행보를 여전히 ‘차기 대권’포석 속에서 해석하고 있다.

_제주지사 출마를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당의 권유가 있은 뒤 주변에서 ‘놀면 뭐하냐’고들 하는데 말문이 막혔다. 고향에 가서 봉사한다는 면에서 거부할 수 없기도 했다. 특별자치도로서 기로에 서 있는 제주를 본궤도에 올려 보고픈 욕심도 있었다.”

_큰 꿈을 위한 우회로로 보면 되나.

“그렇게 봐 주면 나야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정치는 기획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기획정치가 가능하다면 잠룡으로 떴다가 떨어지는 사람이 왜 나오겠나. 국민의 마음 속에 가장 많은 발도장을 찍은 사람이 리더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_2017년에 대선이 있고 제주지사 재선 도전은 2018년이다.

“제주 현지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잘못 알려지면 바로 레임덕이다. (웃음) 기회 있을 때마다 도지사 12년(3선) 할 지 모른다고 얘기한다.”

_야권에선 박원순 시장과 안희정 지사가 경쟁자인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획력과 업무관장 능력이 뛰어나다. 야권 유력주자이다 보니 행보 하나하나에 정치적 안배도 많이 하는 것 같다. 많은 전문가들이 외교안보에선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는데, 워낙 뛰어난 분이라서 지켜봐야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통 친노파이면서도 상당히 유연하고 통합을 지향하는 것 같다. 이 점에서 안 지사는 주목할 만한 차세대 정치인이다.”

_지금도 스스로를 소장개혁파로 생각하나.

“나이 50이 넘었는데 소장파는 무슨…. 물론 개혁파는 맞다. 그러니 중진개혁파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 어감이 좀 이상하긴 하다.”

_개혁파가 여권 내에서 주류가 될 수 있겠나.

“보수진영에서 개혁파는 항상 비주류다. 대신 시대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변화의 기폭제가 되는 거다. 물론 대다수 국민이 중도개혁의 리더십을 원할 때면 국정운영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

원 지사가 한 발 떨어져 여의도 정치권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도 궁금했다. 마침 인터뷰 사흘 전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ㆍ기소권 부여 요구를 거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시도지사 입장에서 정치 현안을 언급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법한데도 원 지사는 거침이 없었다.

_요즘 여의도 상황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에이, 국회가 안 돌아간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별다른 생각 없다. 솔직히 말해 누가 제주에 더 많은 예산을 줄까 하는 생각만 든다.”(웃음)

_박 대통령의 세월호특별법 발언으로 정국 경색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특별한 의도를 가진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사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할 일이 산더미인데 국회가 공전되고 있으니 마음이 급했을 거다. 게다가 관료든 여당이든 눈치만 보고 있으니 ‘빨리 방향 잡고 일하자’는 취지로 명확한 지침을 내린 것 아닐까 싶다.”

_상당히 호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호의적인 게 아니고 기능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_정치를 상대가 있는 게임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점은 솔직히 우려된다. 갈등 상황인데 한 쪽에 서서 단호하게 얘기하면 단기적으로는 갈등이 더 심화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많이들 지적하던데 박 대통령이 그걸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_그렇다면 세월호특별법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사실 지금 여야간에 암묵적으로 의견이 근접해 있는 대목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특검 수사로 가는 것 아니겠나. 다만 아직 유해도 다 수습 못한 상황적인 요인이 크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속은 조조라니까 지켜보자. 협상의 묘미는 한쪽이 실리를 가지면 다른 쪽은 명분을 갖는 거다.”

_야당의 극심한 혼란은 어떻게 보나.

“지금의 야당은 정치권 밖에서 조언하고 비판해야 할 사람들까지 모두 들어와 있다. 관중과 심판과 선수가 섞여 있는 것이다. 게다가 친노ㆍ비노ㆍ호남ㆍ전대협까지 갈라져 있다 보니 집합적 결정과 행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_그래서 야권발(發) 정계개편 얘기도 나온다.

“시대정신을 받아 안는 정계개편도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운 게 여의도 정치다. 그런데 자기들 살려고 발버둥치는 정계개편에 어느 국민이 관심을 갖겠나.”

_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대표도 함께 일하자고 수 차례 제안했다던데.

“직접 만난 건 한번이다. 그 쪽 핵심인사들이 문턱이 닳게 와서 설득한 건 사실이다. 사실 안 전 대표가 너무 허무하게 무너져 화가 난다. 그 정도의 내공과 지구력으로 사회 전체를 들었다 놨다 했었나 싶다. 그를 보며 역지사지하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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