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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우병우의 싸가지와 언론의 편식

입력
2017.07.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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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벌써 1년이 지났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해 7월 18일 언론 보도를 시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싸가지’ 없기로 알려진 그에 대해 이를 갈던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보도를 쏟아냈다. 언론 보도 ‘덕분’에 그는 단기간에 인지도가 수직 상승했고,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 중에 ‘우병우’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가 돼버렸다.

발단은 진경준 전 검사장이 우 전 수석 처가와 게임회사 넥슨 간의 강남 부동산 거래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한 일간지 보도였다. 언론사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우병우-넥슨 땅 거래 관련 보도는 거의 한 달 이상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당시 의혹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진 전 검사장이 우 전 수석과 김정주 넥슨 회장을 연결해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켰는지, 우 전 수석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넥슨이 불필요한 부동산을 비싸게 사들였는지 여부였다. 이 보도를 계기로 우 전 수석 관련 여러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국정농단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처럼 언론 보도로 여론이 들끓자 특별수사팀이 꾸려졌고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수사는 아니었기에 수사 초점은 철저하게 언론이 제기한 의혹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데 맞춰졌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는 올해 4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를 두고 검찰이 봐준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는 혐의를 벗었다. 검사들과 법조 출입기자들은 처분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이외의 사람들은 대부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우 전 수석이 ‘강남 땅 거래’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 사건에 관심이 많았던 언론계 선후배들도 종종 “그 사건 갖고 그렇게 기사를 쓰더니 요즘은 왜 보도를 안 하는 건가. 우병우 기소된 거냐”고 묻기도 했다.

떠들썩했던 기사내용과 달리 최종 처분결과와 그 이유에 대해서 언론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언론이 주도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사안인데도 정작 ‘혐의 없음’ 결론이 나오자 기사를 쓰는데 인색했던 셈이다. 반면 그가 직권남용과 강요, 직무유기 등 8가지 혐의가 적용돼 기소된 사실은 자세히 보도됐다. 우 전 수석의 공소장에 범죄사실이 자세히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강남 땅 거래와 관련한 80페이지 분량의 무혐의 처분서를 보면 그 이유가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의혹이 맞을 것이라는 전제로 그 동안 수십 꼭지의 기사를 써왔지만 최종 결과가 반대로 나왔기에 기사쓰기를 외면한 측면은 없을까. 이제 찜찜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까 한다. 그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부동산 매도인인 김장자(우병우 전 수석 장모) 측이 아니라 강남 땅 매수인인 넥슨 측이 매매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넥슨은 판교 사옥과는 별도로 당시 강남 사옥 건립 필요성이 있어서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아무런 현실적 필요도 없이 특정인(우병우 측)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무리하게 부동산을 매입한 게 아니다. 넥슨이 사내 유보금이 충분한데도 대출금으로 대금을 지급했던 이유는 환율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한 경영 판단으로 보인다. 부동산 매매가격이 적정하지 않다거나 비정상적인 거래 요소들이 개입됐다고 볼 여지가 없다. 양측의 부동산 거래가격이 평당 1억3,000만원으로 결정된 것은 1억5,000만원 이상을 요구하던 매도인(김장자) 측과 1억원을 요구한 매수인(넥슨) 측이 여러 차례 협상 끝에 중간 지점인 1억3,000만원으로 합의된 것이다. 진경준은 우병우 및 김정주와 친분관계가 있지만, 두 사람을 소개해 준 적도 없고 두 사람에게서 부동산 매매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한다. 진경준의 소개로 우병우와 김정주가 부동산 거래에 관여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

강철원 사회부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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