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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이어 이번엔 백남기씨 유족 혐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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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이어 이번엔 백남기씨 유족 혐오인가

입력
2016.10.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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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숨진 농민 백남기씨와 유족에 대한 사회 일각의 혐오가 도를 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근거 없는 인신공격이 잇따르면서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기고 있다.

보수성향 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은 백씨의 자녀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씨 주치의가 “연명치료를 유족이 원치 않아 최선의 진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해 병사로 기재했다”고 밝힌 것을 유족 공격의 소재로 삼았다. 서울대의대 합동특별조사위원회가 이미“유족이 혈액투석을 원치 않은 것은 고인의 평상시 뜻을 반영한 것으로 적절했고 적법했다”고 밝혔지만 막무가내다. 인터넷에는 여전히 유족이 불효자라는 황당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극우 행동단체 ‘엄마부대’는 주치의를 지지한다며 유족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백씨가 경찰의 물대포로 사망한 사실이 당시의 영상기록과 의료기록으로 명백히 드러났다는 점은 애써 외면한다. 백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도 일절 거론하지 않는다. 도리어 백씨 사망의 책임을 유족에게 돌려 모욕하고 헐뜯는다. 심각한 윤리 실종이자 야만적 행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비난 행렬에 일부 누리꾼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유명인사도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진태 새누리당 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백씨 사망 당시) 백씨 딸은 어디에 있었을까?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중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둘째 딸이 여행 중이었다는 점을 내세워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외국에 살던 이 딸은 병원에서 몇 달씩 아버지 곁을 지키다가 시댁 쪽 행사 때문에 잠시 동서의 친정인 발리에 들른 사이 부음을 접했다. 이를 죽어가는 아버지를 두고 놀러 다닌 딸로 매도하는 것은 몰상식하다. 가족을 잃은 슬픔만도 힘겨울 유족에 대한 연민과 배려는 아예 없다.

이런 유족 혐오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유족 조롱’을 떠오르게 한다. 유가족을 ‘유족충’이라고 매도하고 단식 농성장에서 양념치킨 퍼포먼스를 해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동서를 막론하고 죽음 앞에서는 애도를 표하는 게 불문율이다. 그런 차원에서 백씨 유족에게 ‘시체팔이’따위의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퍼붓고 조롱하는 행태는 우리사회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은 것이다. 오죽하면 유족이 “가족을 모욕하는 일을 그만둬 달라. 부디 ‘사람의 길’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겠는가. 엄중한 경고와 책임 추궁이 따라야 할 패륜적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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