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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박사 데니스 홍처럼 창의력 키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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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박사 데니스 홍처럼 창의력 키우려면…

입력
2015.09.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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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설계하고 이루는 과정… 성인용 재구성 어린이용으로 펴내

문제 해결 위한 브레인스토밍 실습, 아이디어 키우고 실현하는 데 도움

'로봇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
'로봇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

지난 2월 미국 해군이 ‘사파이어’라는 소방 로봇의 화재 진압 실험 동영상을 인터넷 상에 공개했습니다. 아직은 불이 기다려줘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사파이어의 움직임은 느렸지만, 재난 현장을 누비는 로봇을 볼 때가 머지 않았다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위사업청 홍보대사에 로봇 ‘휴보’가 임명됐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로봇 기사도 보았으니 오늘은 로봇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기계 공학자 데니스 홍과 그가 만든 로봇 이야기를 읽어보겠습니다. ‘로봇 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성인을 대상으로 출간한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를 재구성해 어린이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데니스 홍이 자신의 꿈을 설계하고 이루는 과정을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남부럽지 않은 개구쟁이였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시작하지요. 그 시절 어느 날 영화 ‘스타워즈’를 보며 사람을 돕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게 됐답니다.

데니스 홍은 유치원 시절 아버지로부터 공구를 갖춘 공작대를 선물 받았습니다. 경험의 질이나 양이 또래 아이들과 차원이 달랐겠지요. 과학에 대한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이 그러하듯 데니스 홍은 위험한 실험도 불사하고, 작동 원리를 알아볼 마음에 텔레비전을 비롯해 전자제품을 분해해 망가트립니다. 그럴 때마다 데니스 홍의 부모님은 꾸중하거나 금지령을 내리기보다 함께 하거나 안전하게 실험할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부모님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지원이 아들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을 거라 짐작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데니스 홍은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우등으로 대학교를 졸업합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박사 과정까지 마친 후 대학 교수가 되지요. 하지만 그 과정은 단숨에 뚝딱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영어 때문에 학습에 위기를 겪기도 하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면접 기회를 놓쳤으며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것도 여러 차례였습니다. 절망과 좌절을 반복하다 마침내 버지니아 공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데니스 홍은 끊임없이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누구의 인생이든 그러합니다. 크든 작든 고민거리 없는 날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힘든 일들이 줄지어 다가오지요. 그 힘든 일들을 어떻게 이겨내면 좋을까요? 데니스 홍은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탁월한 창의력을 발휘합니다. 머리카락을 땋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로봇을 창안하고, 장난감 물 풍선의 원리에서 발전시켜 아메바 로봇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며 문제를 해결해 갑니다. ‘다르게 생각하기’가 창의력의 전부는 아니지만 기본인 것은 확실합니다.

버지니아 공대 데니스 홍 교수가 로봇 '찰리(CHARLI)'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있다. 찰리는 홍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는 로봇메커니즘 연구소에서 개발한, 연결된 줄 없이 스스로 걸어 다니는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버지니아 공대 홈페이지 캡처
버지니아 공대 데니스 홍 교수가 로봇 '찰리(CHARLI)'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있다. 찰리는 홍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는 로봇메커니즘 연구소에서 개발한, 연결된 줄 없이 스스로 걸어 다니는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버지니아 공대 홈페이지 캡처

데니스 홍의 남다른 점은 또 있습니다. 인간에게 유용한 로봇을 만들겠다는 꿈에 따라 시각 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하고 재난 구조용 로봇도 개발합니다. 자신이 연구한 기본개념과 자료를 모두 공개해 전 세계 로봇 과학자들과 성과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해치는 로봇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만들지 않겠다”는 철칙까지 마음에 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데니스 홍은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로봇을 연구하고 창의성이나 상상력과 관련된 강연을 하며 지낼 것입니다.

‘로봇 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는 인물 이야기이면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런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고 어떤 독후 활동이 어울릴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인물 이야기는 인물의 삶을 중심으로 읽는 것이 기본입니다. 따라서 내용을 정리하는 활동도 인물의 생애를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연표처럼 사건 정리하기, 인물의 삶 속에서 의미 있는 생각이나 말과 행동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정보 요약하기 모두 좋습니다.

데니스 홍이 연구한 로봇들도 살펴봐야겠지요? 모든 로봇을 다 외울 필요는 없지만 훑어보는 활동은 내용 정리는 물론 배경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됩니다. 등장하는 로봇에 대한 정보가 본문 마지막 면에 실려 있으니 그 부분을 활용해 본문 내용과 연결하며 간단히 훑어봅니다. 사실만 확인하고 넘어가기는 좀 허전하지요? 그렇다면 로봇 연구에 대해 인상적인 부분이나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정보 습득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사고 활동이 됩니다.

인물의 삶도 정리하고 로봇도 익혔으니 창의력을 키워 보겠습니다. 데니스 홍이 소개한 ‘브레인스토밍 세션’을 실습하는 것입니다. 실생활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놓고 활동한다면 더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먼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떠올려 모두 꺼내 놓습니다. 비판하고픈 욕구는 꾹 참고 꺼내는 데만 집중합니다. 그런 다음 아이디어를 다듬어 발전시킵니다. 아이디어들을 합치거나 빼면서 두 가지 이상 남겨둡니다. 이제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남은 아이디어를 비판하며 새롭게 만듭니다. 여기서는 비판이 가능하지만 근거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냥’이나 ‘왠지’는 안 됩니다. 비판은 지적질이 아니라 문제 해결로 가는 중요한 과정이니까요. 마지막으로 토의 및 토론을 통해 복수의 아이디어 중에서 더 나은 쪽을 선택하며 활동을 마무리합니다.

현실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대상으로 했다면 실제로 실행에 옮긴 후 결과를 점검하는 과정까지 거치기를 권합니다. 책에서 읽는 간접 경험에 직접 경험, 성찰까지 더해졌으니 오래도록 기억하고 실제로 활용할 확률도 높아질 것입니다. 브레인스토밍 실습만 한 어린이라면 그 과정을 주변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스스로 정리하고 복습하기를 추천합니다.

독후활동의 마무리로 ‘강연하기’는 어떨까요? 데니스 홍은 우리나라 최초로 TED 강연을 한 공학자랍니다. 데니스 홍이 말하는 따뜻한 기술의 의미, 사례, 청중에게 전하고픈 내용 등 주제를 선택해 원고를 작성하거나 강연의 중심 내용을 메모한 후 실제 강연을 해봅니다.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일이 부담스러운 성향의 어린이들은 반복적으로 연습해 보면 실전에서 덜 긴장하게 됩니다. 데니스 홍의 강연은 유튜브 동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현대인의 삶에서 ‘창의력’은 귀빈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만으로 쉽게 키워질 수 없는 만큼, ‘로봇 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와의 만남이 창의력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잘 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정화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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