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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사회적 맥락에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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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사회적 맥락에서 탄생한다

입력
2015.1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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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과 창의성이라는 유령을 찾아서

강창래 지음

알마 발행 248쪽 1만3,800원

그림 1
그림 1

고흐가 그린 그림 가운데 ‘구두 한 벌’(1886년)이란 작품이 있다. 군인 워커처럼 생긴 낡은 구두그림은 고흐 생전에 진부하고 이상한 그림으로 취급받았다. 그의 사후에도 해바라기 같은 화려한 작품에 가려 관심을 끌지 못하던 이 그림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50년이나 지나서다.

하이데거는 명저 ‘예술작품의 기원’에서 이 낡은 구두를 농촌 아낙네의 것으로 가정했고, 오랜 세월 대지와 인간의 삶을 살리기 위해 수고한 상징으로 풀이했다. 미술사학자 마이어 샤피로는 하이데거가 아무런 검증 없이 낡은 구두를 농부 아내 것이라고 단정 지은 것을 비판하고 나섰고, 이 논쟁에 철학자 자크 데리다까지 가세하면서 고흐의 구두는 ‘세상에서 가장 철학적인 구두’로 격상됐다. 베스트셀러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저자 강창래는 이렇게 말한다. “창의성은 사회적 맥락에서 탄생한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진부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상의 많은 부분이 진부한 의식이나 지식, 즉 ‘사회적 맥락’에 기대고 있으며 그 맥락에서 비로소 창의적 발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피카소가 루벤스, 로트레크, 벨라스케스 등 위대한 선대 화가들의 작품을 모방하면서 자신만의 ‘창의성’을 찾은 것과 같은 이치다.

선대의 업적을 보고 배우며 “거인의 어깨 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몰입이 필요하다. 요컨대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재능’인 셈이다. 단, 몰입과 중독과 똘기는 구분돼야 한다. 창의성은 던져진 문제에 몰입하는 게 아니라 던져진 문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시작된다. “아무리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일상 생활에서는 상식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하고요. 운전을 하면서 역주행을 하는 건 창의성이 아니라 자살 내지는 살인행위가 될 테니까요.”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는 말에서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고 그걸 풀어내는 ‘썰’에서 인문학적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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