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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 테러 배후는 누구? 쿠르드족ㆍ정부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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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 테러 배후는 누구? 쿠르드족ㆍ정부 갈등 고조

입력
2015.10.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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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하기 직전 시위대들이 평화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앙카라=EPA 연합뉴스
지난 10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하기 직전 시위대들이 평화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앙카라=EPA 연합뉴스

10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의 배후를 둘러싸고 터키가 정국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CNN은 이번 폭탄테러가 조기 총선을 앞둔 터키의 변덕스러운 정치적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치고, 터키 정부와 쿠르드족의 관계를 더욱 극단으로 치닫게 만들 것이라고 11일 보도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10일 긴급 안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앙카라 자살 폭탄테러 용의자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 반군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 극좌 정치조직인 혁명민족해방당-전선(DHKP-C) 등을 지목했다. 아직 이들 중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나선 단체는 없으나, 터키 정보 당국은 IS를 유력 배후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10일 발생한 테러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정부와 PKK간의 유혈 충돌 중단을 촉구하는 평화집회에 참석한 쿠르드계 온건파 정당 인민민주당(HDP) 지지자와 노동계, 시민단체 회원들이었다. 셀라하틴 데미르타시 HDP 공동대표는 정부의 발표 이후 “1,000여명이 집회에 참가한 가운데 폭탄테러가 발생해 128명이 숨졌고, 이 중 120명의 신원은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들어 쿠르드계 그룹이 조직한 집회가 공격받기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지난 6월 5일에는 총선을 이틀 앞두고 동부 쿠르드족 최대 도시인 디야르바크르에서 HDP의 유세현장에 폭탄 2개가 터져 4명이 숨졌으며, 7월 20일에는 남부의 시리아 쿠르드족 도시 코바니와 접경한 수루크에서 IS조직원으로 알려진 터키 남성이 HDP와 가까운 단체를 겨냥한 자폭테러를 저질러 34명이 사망했다. 이에 PKK는 수루크 폭탄 테러를 정부가 방조했다며 2년 만에 휴전 협정을 깨고 터키군과 경찰을 상대로 테러를 시작했고, 터키군은 PKK 기지를 공습하는 등 유혈 충돌을 벌여 지금까지 2,000여명이 사망했다. 이 유혈충돌을 중단하라는 평화 시위가 다시 최악의 테러로 얼룩지게 된 것이다.

IS가 배후일 가능성 가장 높아

수루크 테러에 이어 이번에도 IS가 테러의 배후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다. 터키 정부가 IS대항 연합에 참여하기로 한 이후 IS는 지난달 자신들이 발생하는 온라인 잡지 다비크에서 터키에 대해 “이 정부와 군대는 노골적인 배교자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11일 터키 일간 하베르튜르크는 IS 조직원으로 알려진 수루츠 테러범의 형이 앙카라 테러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이번 테러에 사용된 폭발물이 수루츠 테러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이들 형제가 올 1월 시리아로 가 폭발 훈련을 받고 5월 터키로 돌아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다부토울루 총리가 북이라크로부터 건너온 많은 자살 폭탄범이 체포됐다고 밝혀 일각에서는 이곳에 기지를 둔 PKK가 이번 테러에 연루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터키군과 PKK의 충돌을 키워 현재 IS 격퇴의 선봉에 선 쿠르드족을 약화시키고 터키군에도 타격을 입히는 것이 IS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IS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시각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터키 정부와 IS는 쿠르드 민족주의자들을 똑같이 주요 적으로 여겨왔고, IS도 터키 여당의 집회는 공격하지 않는 등 서로 적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내달 총선 앞둔 터키 정정 불안

10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에 직면해 우리가 보여줄 연대와 결의는 가장 크고 의미 있는 테러 대응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다음달 1일 조기 총선이 치러지는 터키에는 정치적 불신이 만연한 상태다.

지난 11년간 총리를 지낸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승리 후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여당 정의개발당(AKP)이 13년 만에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반정부 성향의 언론들은 AKP 정부가 PKK의 유혈충돌을 유발해 PKK에 반대하는 쿠르드족 유권자와 민족주의 세력의 표를 얻으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데미르타시 HDP 공동대표는 “강력한 정보망을 가진 국가가 이번 공격의 첩보를 사전에 입수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테러 발발 이후 10일 오후부터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대통령 사임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분위기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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