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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마지막 안녕'

입력
2016.06.2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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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민이 26일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배우 김성민이 26일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배우 김성민의 마지막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굴곡진 삶을 살았던 그가 잘못된 선택으로 죽음의 길목에 선 뒤 난치병 환자에게 새 삶을 안겨 주고 세상을 떠나 대중을 울린 하루였다.

지난 24일 자택에서 자살을 기도한 뒤 의식불명에 빠졌던 김성민은 26일 뇌사 판정을 받았고, 이날 바로 난치병 환자 5명을 위한 장기 적출 수술을 받았다. 사후 장기를 기증하고 싶어했던 김성민의 평소 뜻을 가족이 존중해 이뤄진 조치였다.

김성민을 치료했던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김성민은 24일 오전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고 심폐소생술을 한 뒤 뇌손상 회복을 위한 저체온치료를 시행했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병원은 지난 25일 뇌사판정위원회를 열고 26일 오전 최종 뇌사판정을 내렸다. 김성민의 가족은 모든 장기를 기증하기를 원했으나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주입한 약물로 심장과 폐 등이 손상돼 콩팥과 간장, 각막만을 이식하게 됐다. 의료진은 이날 오후 장기 적출 수술 뒤 김성민의 최종 사망 판정을 내렸다.

김성민은 파란 많은 삶을 살았다. 배우로서 화려한 시절을 구가했으나 약물에 손을 댔다가 오랜 침체기를 보내기도 했다. 시원시원한 얼굴과 훤칠한 키가 인상적인 그는 1995년 연극 무대에 오르며 연기를 시작했다. 2002년 장서희와 함께 출연한 MBC 일일드라마 ‘인어공주’로 안방극장 데뷔식을 치르며 단번에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복자매를 사랑하게 되는, 준수하면서도 지적인 부잣집 도련님을 연기하며 사랑 받았다. 2003년엔 MBC 드라마 ‘왕꽃선녀님’에 주연으로 출연했고, 2006년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감초 역할을 맡아 인기를 얻었다. 2009년엔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엉뚱한 이야기를 잘하고 눈물도 잘 흘린다는 이유로 ‘김봉창’ ‘울보’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인기 절정기이던 2010년 마약 투약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불우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활동을 재개했으나 예전처럼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2013년엔 4살 연상 치과의사와 화촉을 밝혀 인생의 새 전기를 마련했으나 지난해 또 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돼 팬들의 실망을 샀다.

화려와 불행이 교차했고 불우하게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은 대중의 연민을 불렀다. 손가락질 받던 시기도 있었으나 마지막 길 떠나기 전 선행을 베풀게 된 그에게 고개 숙이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어느 누구라도 죽음은 슬픈 것이지만, 이분은 많이 아쉽습니다. 조금만 힘을 냈더라면… 당신 SNS라도 가서 응원 한마디 해줄 걸 하는 후회가 드네요. 바보 같은 사람. 많이들 좋아했는데. 그걸 모르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jenn****) “아… 좋은 일하시고 떠나시네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영원히 살아 계실 겁니다”(naru****) “너무 너무 마음이 아파요.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하시길. 잊지 않을게요”(0427****) 등의 글들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기사 댓글란에 올라와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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