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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안함 5주기, 우린 희생에 값하는 시간을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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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안함 5주기, 우린 희생에 값하는 시간을 보냈나

입력
2015.03.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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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욕보이는 해군 수뇌부 잇단 비리

여전히 횡행하는 음모론 이젠 끝내야

꽉 막힌 남북관계, 고민스런 해법 찾기

내일로 천안함 사건 5주년을 맞는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작전을 수행하던 천안함이 북측의 기습 어뢰공격을 받아 두 동강나고 장병 46명이 산화했다. 구조작전 과정에서는 한주호 준위가 희생됐다. 시간이 흘렀어도 그날의 충격과 분노는 잊혀지지 않고, 유족과 국민의 아픔과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군과 사회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던졌다. 우리 군은‘천안함을 기억하라’는 구호 아래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전비태세의 일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런 다짐과 노력이 결실을 거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특히 대잠능력 강화 등 해군전력 확충에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성과는 불안하다. 해군 지휘부를 비롯해 군에 만연한 방위산업 관련비리가 그 직접적인 이유다.

천안함은 거의 기능을 상실한 음파탐지기 탓에 어뢰공격의 낌새도 못 채고 당했다. 그런데 전직 해군참모총장이 새로 건조된 구조함인 통영함에 엉터리 음파탐지기 등 부실장비 부착 등 납품비리 사건으로 구속됐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앞서 천안함 사건 직전 해군참모총장인 정옥근씨가 방산 관련 뇌물 혐의로 철장에 갇혔고, 통영함비리 연루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꽃 같은 천안함 장병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는 파렴치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과 유언비어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는 것도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사건 발생 직후 군 발표의 혼선과 말 바꾸기 등으로 의혹이 증폭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사를 토대로 한 민군합동조사단의 공식 발표를 믿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다.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은 엊그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합동조사단이 진실을 숨겼다면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출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근거가 희박한 음모론으로 더 이상 우리 내부의 소모적 갈등을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

천안함 사건 2개월 만에 취해진 ‘5ㆍ24대북제재조치’는 남북관계에 빙하기를 초래했다.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얻어내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지만 북측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남북관계의 회복을 가로 막는 장애로 작용해왔다. 북측을 제재한 게 아니라 북한 진출 기업에 타격을 입히는 등 우리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5ㆍ24조치의 해제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내부에서는 또 하나의 남남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사실상 효력을 상실한 5ㆍ24조치의 출구를 찾는데 지혜를 모을 때가 됐다.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하며 언제까지나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북한도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최소한 5ㆍ24조치 해제를 위한 여건 조성에 협조해야 한다. 어제처럼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잠꼬대 같은 넋두리”라며 우리정부의 사과 요구를 비방한 것은 사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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