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동물보호단체 ‘찰스턴 애니멀 소사이어티’의 책임자인 케이 하이먼은 그의 페이스북에 ‘세상에서 가장 죄를 많이 지은 개’란 제목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의 주인공은 일곱 살 사냥견종인 ‘검비’. 사진에 다른 어떤 설명도 없었지만 “검비 또 왔구나”, “말 되게 안 듣는 검비” 등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사진이 올라온 날은 검비가 보호소에 무려 11번째 입소한 날이었다. 보호소 직원들은 검비를 총 7군데에 입양을 보냈지만, 검비는 8번을 탈출해 자발적으로 보호소에 찾아왔고, 3번은 길에서 발견됐다. 케이 하이먼은 “23년 동안 보호소 일을 하면서 검비처럼 탈출을 잘 하는 개는 만나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물전문매체 바크포스트에 따르면 검비와 찰스턴 보호소와의 인연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처음 보호소에 들어왔을 때 검비는 집을 나왔거나 버려진 지 오래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검비는 곧 입양을 갔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입양은 단 며칠 만에 실패했다. 세 번째 입양자는 검비를 아꼈지만 검비가 4번이나 탈출하는 바람에 검비가 다치거나 안 좋은 일을 당할까 염려해 결국은 입양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 후 보호소 직원들은 예비 입양자들에게 검비의 뛰어난 탈출 기술을 설명해줘야 했고 이 때문에 검비의 입양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지난 해 3월, 용기 있는 가족이 검비를 집으로 데려갔고, 이 네번 째 입양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검비가 4개월 동안이나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얼마 후 보호소에는 익숙한 모습의 개가 ‘떠돌이 개’란 꼬리표를 달고 나타났다. 검비가 또 탈출한 것이다.
그 후 8월에는 검비의 다섯 번째 입양이 진행됐지만, 검비는 또 탈출해 찰스턴 보호소에서 무려 30마일(약 48㎞)이나 떨어진 버클리에 위치한 보호소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 후 진행 된 여섯 번째 입양에서는 다른 반려견이 검비의 성격을 받아들이지 못해 검비는 다시 보호소로 돌아와야 했다.
12월에는 검비의 집을 찾아줄 마지막 시도가 있었지만 약 2개월 후 입양자가 직접 검비를 보호소에 데려다 줬다. 검비가 한달 동안 무려 3번이나 탈출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 중 한번은 방충망을 뚫고 도망가려 했다.
보호소 직원들은 검비에게 행동 교정 훈련도 시켰고 암컷 개와 함께 입양을 보내보기도 했지만 결국 소용이 없었다. 보호소 직원들은 결국 검비에게 새 집을 찾아주는 것을 포기했다.
도냐 사트리엘 보호소 동물행동 팀장은 “검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보호소에서 검비의 태도는 뭔가 달랐기 때문이다. 검비는 보호소에 새로운 개가 도착하면 자신만의 방법으로 두려워하는 개를 진정시켰고 보호소에 잘 적응하도록 도왔다. 무엇보다 보호소에서 검비는 탈출을 시도하는 대신 직원들을 매우 잘 따르며 좋아했다.
검비는 이제 보호소에서 숙식을 하는 대가로 직원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됐다. 새로운 개들이 왔을 때 접대 역할과 행동 시범을 보이는 찰스턴 보호소의 ‘대표 개’로 거듭난 것.
물론 보호소는 반려견으로서의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정상적인 가정의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검비에게 만큼은 누군가를 기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찰스턴 동물보호소는 안락사가 없는 보호소다. 바크포스트는 탈출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검비는 아마 다른 보호소였다면 이만큼 많은 입양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며, 검비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다른 개들을 도울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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