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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 보호소에 돌아와 결국 눌러앉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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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 보호소에 돌아와 결국 눌러앉은 개

입력
2016.05.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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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동물보호단체 ‘찰스턴 애니멀 소사이어티’의 책임자인 케이 하이먼은 그의 페이스북에 ‘세상에서 가장 죄를 많이 지은 개’란 제목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의 주인공은 일곱 살 사냥견종인 ‘검비’. 사진에 다른 어떤 설명도 없었지만 “검비 또 왔구나”, “말 되게 안 듣는 검비” 등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입양 간 집에서 탈출해 보호소에 돌아온 검비가 불쌍한 표정을 짓고 앉아있다. 페이스북 Kay Hyman
입양 간 집에서 탈출해 보호소에 돌아온 검비가 불쌍한 표정을 짓고 앉아있다. 페이스북 Kay Hyman

사진이 올라온 날은 검비가 보호소에 무려 11번째 입소한 날이었다. 보호소 직원들은 검비를 총 7군데에 입양을 보냈지만, 검비는 8번을 탈출해 자발적으로 보호소에 찾아왔고, 3번은 길에서 발견됐다. 케이 하이먼은 “23년 동안 보호소 일을 하면서 검비처럼 탈출을 잘 하는 개는 만나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물전문매체 바크포스트에 따르면 검비와 찰스턴 보호소와의 인연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처음 보호소에 들어왔을 때 검비는 집을 나왔거나 버려진 지 오래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검비는 곧 입양을 갔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입양은 단 며칠 만에 실패했다. 세 번째 입양자는 검비를 아꼈지만 검비가 4번이나 탈출하는 바람에 검비가 다치거나 안 좋은 일을 당할까 염려해 결국은 입양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 후 보호소 직원들은 예비 입양자들에게 검비의 뛰어난 탈출 기술을 설명해줘야 했고 이 때문에 검비의 입양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지난 해 3월, 용기 있는 가족이 검비를 집으로 데려갔고, 이 네번 째 입양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검비가 4개월 동안이나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얼마 후 보호소에는 익숙한 모습의 개가 ‘떠돌이 개’란 꼬리표를 달고 나타났다. 검비가 또 탈출한 것이다.

그 후 8월에는 검비의 다섯 번째 입양이 진행됐지만, 검비는 또 탈출해 찰스턴 보호소에서 무려 30마일(약 48㎞)이나 떨어진 버클리에 위치한 보호소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 후 진행 된 여섯 번째 입양에서는 다른 반려견이 검비의 성격을 받아들이지 못해 검비는 다시 보호소로 돌아와야 했다.

검비의 별명은 '탈출의 명수'다. 찰스턴 애니멀 소사이어티
검비의 별명은 '탈출의 명수'다. 찰스턴 애니멀 소사이어티

12월에는 검비의 집을 찾아줄 마지막 시도가 있었지만 약 2개월 후 입양자가 직접 검비를 보호소에 데려다 줬다. 검비가 한달 동안 무려 3번이나 탈출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 중 한번은 방충망을 뚫고 도망가려 했다.

보호소 직원들은 검비에게 행동 교정 훈련도 시켰고 암컷 개와 함께 입양을 보내보기도 했지만 결국 소용이 없었다. 보호소 직원들은 결국 검비에게 새 집을 찾아주는 것을 포기했다.

도냐 사트리엘 보호소 동물행동 팀장은 “검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보호소에서 검비의 태도는 뭔가 달랐기 때문이다. 검비는 보호소에 새로운 개가 도착하면 자신만의 방법으로 두려워하는 개를 진정시켰고 보호소에 잘 적응하도록 도왔다. 무엇보다 보호소에서 검비는 탈출을 시도하는 대신 직원들을 매우 잘 따르며 좋아했다.

검비는 이제 보호소에서 숙식을 하는 대가로 직원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됐다. 새로운 개들이 왔을 때 접대 역할과 행동 시범을 보이는 찰스턴 보호소의 ‘대표 개’로 거듭난 것.

검비는 보호소에 살면서 보호소 직원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됐다. 찰스턴 애니멀 소사이어티
검비는 보호소에 살면서 보호소 직원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됐다. 찰스턴 애니멀 소사이어티

물론 보호소는 반려견으로서의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정상적인 가정의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검비에게 만큼은 누군가를 기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찰스턴 동물보호소는 안락사가 없는 보호소다. 바크포스트는 탈출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검비는 아마 다른 보호소였다면 이만큼 많은 입양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며, 검비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다른 개들을 도울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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